런던·서울·마드리드 시위도 관광..이번엔 다른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마드리드 시벨리스, 런던 트리팔가 광장


마드리드 시벨리스광장 시위[함영훈 기자]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영국 ‘런던아이(Eye)’에서 템즈강 서쪽 건너편에 있는 트리팔가 광장은 겨울이 되면 우리의 광화문-시청역처럼 연말과 성탄의 정취로 가득찬다.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연말연시 분위기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곳이다.

1805년 넬슨 제독이 프랑스 나폴레옹의 유럽 패권 야심을 잠재운 ‘트라팔가르 해전’의 승리를 기념해 지어졌다. 중앙에 높이 약 50m의 넬슨탑이 서 있다.

사람들은 내셔널 갤러리라는 미술관에 왔다가 광장의 매력을 함께 즐기는데, 이곳은 단골 시위장소이기도 해서, 관광객들이 시위대를 접하는 일은 흔하다.

택시기사연합, 등록금투쟁위원회, 보건의료조합 등 크고 작은 민주주의 요구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몇몇 여행객들은 시위대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트리팔가광장의 색다른 풍속도를 덤으로 즐긴다면서 사진을 찍어댄다.

런던 트리팔가 광장[함영훈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 동쪽 끝 부분 시벨리스 광장 역시 시청광장 격이다. 동대문격인 알칼라문에서 시벨리스광장까지의 길은 프라다미술관과 레티로 공원 구역의 북쪽 한 변을 차지한다. 동 레티로 공원과 호수, 서 프라다미술관, 남 유리궁전, 북 시벨리스광장이 4각을 이룬다.

똘레도에서 마드리드로의 천도를 감행한 펠리페2세(1527~1598)의 동쪽 별궁 및 거대 정원 지역인데, 손녀 같은 네 번째 부인을 합스부르크왕가의 본산인 오스트리아로부터 영접하기 위해 단장한 곳이다. 그래서 왕후의 길로 불린다.

시벨리스광장은 단골 시위 장소이다. 그리고 이곳은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FC 간의 맞대결, ‘엘클라시코’가 끝난 뒤, 자기팀이 져도, 이겨도 훌리건들의 광란적 절규가 벌어진다. 레일마드리드가 전철 더비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이겨도 축구팬들은 이곳에 모인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페예로르트,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스 역시, 이스탄불 더비의 경기결과에 따라 홈구장 주변 도로가 일시적으로 시위대 같은 축구팬들의 집단 행동으로 시끌벅적하다.

호주 브리즈번 시청앞 시위대[함영훈 기자]


호주의 브리즈번 시청사 앞도 단골시위지역이다. 영국, 호주, 스페인 등의 시위 단골지역엔 시위가 벌어진다고 해서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역시 정치 시위가 매주 벌어진다고 해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난 수년간 한국의 촛불시위, 태극기집회를 흥미롭게 ‘관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은 사정이 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 도심호텔의 외국인 투숙예약 취소가 5~10% 있었다고 한다. 오래전 해둔 한국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는 조금 드물지만, 앞으로는 신규예약이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일본 NHK는 일본인의 한국행 예약 취소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이든 영국이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도 구경거리로 즐기던 외국인이 한국의 이번 사태에 놀란 것은 바로 총을 든 군인의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사에 난입했거나 난입하려한 상황을 TV로 시청한 점이다.

한국의 무장 계엄군이 지난 3일 국회에 난입하고 있다.[신현주 기자]


이어 정리되리라 기대했던 민주 정치 일정이 좌절되거나 미뤄진 점 역시 외국인들이 한국여행을 주춤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영국과 같은 줄 알았던 한국에게서, 계엄 해제를 이끌어낼 때 만 해도 “역시 민주주의 잘 하는 나라”라는 점은 확인했지만, 무장한 군인들 모습을 통해, 지금도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군사 쿠데타의 미얀마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외교 공한을 보내 “현재 대한민국의 일상생활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고, 관광·경제 활동 등에 영향이 없으므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라는 뜻을 전달했다. 문체부는 여행업계가 이 내용을 숙지하고 현재 한국의 주요 관광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운영 중이라는 상황을 각국 파트너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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