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 하다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범행 장면을 목격한 피해자의 6살 딸은 충격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살인 혐의를 받은 남성 A(31)씨에게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피해자와 약 1년 간 교제하다 지난해 5월께 헤어졌다. 그럼에도 피해자를 한 달 동안 7회에 걸쳐 찾아가는 등 스토킹했다. 법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스토킹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A씨는 본인의 스토킹범죄가 직장 내 소문이 나자, 피해자에 대해 앙심을 품었다.

A씨는 지난해 7월, 법원의 접근근지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의 집 앞을 찾아갔다. 흉기를 구매해 소지한 상태였다. 그는 이날 새벽 6시께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그는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집밖으로 나온 60대 모친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양손을 크게 다치게 했다. 또한 피해자의 6살 된 딸이 이같은 범행 장면을 목격하게 했다.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재판부에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하며 “피고인(A씨)은 무방비 상태인 피해자를 잔혹하고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사형을 요청하자, A씨는 “유가족의 슬픔을 목숨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했다.

1심은 사형 대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류호중)는 지난 1월,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 수법이 매우 과감하고 냉혹해 피해자가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살해 전 피해자에게 받은 사과로 후련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여 진지하게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2심에선 징역 30년으로 형량이 올라갔다. 1심에 비해 2심에서 형량이 올라가는 건 이례적이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합의6-3부(부장 이예슬·정재오·최은정)는 지난 7월, A씨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은 비난 동기 살인, 계획적 살인에 해당하며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며 “1심의 징역 25년은 가벼워 부당하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결별을 요구받은 이후 살해하기 직전까지 수개월 동안 폭행과 스토킹 행위로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괴로움을 줬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을 신고하는 등 법이 마련한 모든 보호조치를 강구했음에도 피고인은 살인 범행 의지를 확고히 굳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비명을 들은 모친과 피해자의 어린 딸이 범행 현장에 나와 범행을 중단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피해자의 모친에게 칼을 휘둘러 심각한 상해를 가했고, 기어이 피해자에 대한 살인 범행으로 나아갔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모친은 범행을 막지 못하고, 딸이 죽어가는 현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의 딸은 피범벅이 된 엄마, 할머니를 목격해 트라우마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초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던 A씨는 2심 판결에 대해 불복했다. A씨 측은 “2심의 징역 30년은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30년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