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슬라이딩 캐치’ 이정후 “행운의 여신이 도운듯”

WBC C조 호주와 최종전서 극적 승리
주장 이정후 9회 1점 막아 8강행 견인
14일 마이애미서 D조1위와 4강행 격돌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주장 이정후 선수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

암울하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9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호주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극악의 조건을 뚫고 17년 만에 8강 결선에 진출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최종 4차전에서 호주에 7-2로 승리했다.

주장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9회초 마지막 수비 1사 1루 상황에서 강하게 외야로 향한 타구를 그림같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며 한국을 구해냈다. 이 공이 빠져 1점을 추가로 내주는 순간 호주에게 8강 티켓이 넘어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장면에 대해 “(릭슨 윙그로브 타석에서) 투스트라이크가 되고 우중간 쪽으로 수비 위치를 옮겼는데, 그것도 행운의 여신이 도와준 것 같다.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공이 약간 조명 빛에 들어갔는데, 그때도 행운이 따른 것 같다”고 전했다.

승리와 8강 진출이란 목표를 극적으로 달성한 이정후는 벅찬 감정을 드러내며 “정말 모든 기운이 우리에게 온 것 같다”며 이날 경기에 한국에 행운이 깃들어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후는 9회초 마지막 공격 1사 1루에서 자신이 친 유격수 제리드 데일 앞 땅볼이 악송구 실책으로 이어진 것도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웃됐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내) 마지막 타석에서 1루주자 (박)해민이 형이 잘 달려줬고, 상대 유격수가 실수도 해줬다. 정말 많은 것에 행운이 깃든 것 같다”고 했다.

데일이 2루에 악송구를 하면서 내달리던 1루주자 박해민이 아웃되지 않고 3루까지 들어갔다. 이정후도 1루에서 세이프 됐다. 만약 데일이 실책을 하지 않았다면 박해민이 3루까지 갈 일도 없었고, 안현민의 외야 플라이 타구도 소용이 없었을 뻔 했다.

그는 선수단,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공을 돌리면서도 마무리 조병현의 활약을 콕 집어 언급했다. 이정후는 “솔직히 병현이가 제일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중압감도 정말 컸을 텐데 마지막에 멀티 이닝을 막아줬다는 것이 고맙다”고 말했다.

2023년 WBC 참사의 기억은 그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정후는 2023년 대회 당시 맹활약을 펼치고도 호주, 일본에 패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정후는 “순간 ‘나는 참사의 주역일 수 있어도 왕조의 주역인 (류)현진 선배님도 있다. 또 밑에 친구들은 새로운 왕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운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진출한 대표팀은 11일 자정께 도쿄에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향하는 직항 전세기 편에 탑승, 2라운드 결선 전장으로 날아간다. 8강전은 14일 오전 7시 30분 열린다.

한국의 8강 상대는 D조 1위로, 미정이다. D조에서는 10일 오전 현재 도미니카공화국이 3승, 베네수엘라가 2승을 기록 중이다. 두 나라와 이스라엘, 네덜란드, 니카라과는 8강전 장소인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D조 조별리그를 진행 중이다.

D조 2위는 우승후보인 C조 1위 일본을 8강에서 상대해야 한다. 때문에 12일 열리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의 맞대결은 총력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한국이 8강 관문도 통과하면 B조 1위가 유력한 미국이 4강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18일 오전 9시 열리는 결승까지 오른다면 2009년처럼 일본과 대회 우승컵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한국은 1라운드에 뛰었던 선수 30명 엔트리 변경 가능성도 있다. 당초 1라운드부터 합류할 예정이었다가 부상으로 빠졌던 한국계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8강부터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브라이언이 가세하면 마무리를 맡아 우리나라의 헐거운 뒷문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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