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현금증여’ 국세청에서는 알 수 있을까?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세청과 일선 세무서가 추진하는 ‘불법 증여’ 조사에 발각되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내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자 얼마 안 되는 금액을 통장에서 뽑아 건네줬을 뿐인데, 세무조사에서 이같은 사실이 발각되면서 증여세를 무는 경우다.

30대 직장인 A씨는 작년에 주택을 구입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에게 3억원 가량 빌려 취득자금에 보탰다. 그러나, 올해 자금출처 세무조사가 나와 크게 당황하였다. 급한 대로 차용증을 작성해서 제출해보았으나, 이자 지급내역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4000만원의 증여세 본세(원래 내야하는 세금)와 가산세로 약 1000만원 가량을 납부하게 되어 연말에 기분이 좋지 못하다.

대부분이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랑하는 자식이 결혼 하는 경우, 또는 다른 가족이 급전이 필요한 위험한 상황에 처해서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들이다. 과연 이같은 상황에서 편법 증여로 적발되지 않을 ‘똑똑한 절세’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금융기관이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거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고하는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금융기관은 하루 1000만원 이상 의 현금거래가 발생한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는 현금을 입금 또는 출금할 때에 모두 해당된다. 자동으로 거래자의 신원과 거래일시, 거래금액 등이 전산으로 보고되는 구조다. 여러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나눠서 금액을 뽑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누적 금액이 하루 1000만원 이상일 경우 국세청은 특정인이 금액을 인출하거나 입금받았을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은 해당 정보를 금융정보분석원에 요청할 수 있으며, 정보가 제공될 경우에는 1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금융정보제공사실이 통보된다.

결과적으로 부모가 차곡차곡 적은 금액의 현금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주는 경우나, 여러 ATM에서 현금을 나눠뽑는 경우 등 모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이 한 번에 입금, 출금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재산/지출/소득을 비교하여 모니터링하는 PCI 시스템을 통해 세금 탈루를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에 비해 재산 증가나 소비지출이 크다면 세금 탈루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PCI란 ▷Property(재산 증가) ▷Consume(소비지출) ▷Income(신고소득)을 기준으로 각 개인의 소득수준이나 소비 여력 등을 분석한다. 재산증가 측면에서는 부동산, 주식, 자동차, 회원권 취득, 임대보증금 등 본인 명의의 재산을, 소비지출 측면에서는 본인 명의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지출액 등의 본인 명의 지출금액을, 신고소득 측면에서는 개인 소득세 신고 금액(직장인은 연말정산),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등 본인 명의 소득 및 재산 증가에 대한 세금 신고 내역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있다.

만약 부모가 자녀에게 한꺼번에 수백만원 수준의 현금을 입금해 준다면 국세청은 자녀의 재산 증가와 소득 신고금액을 비교하게 된다. 예컨대 자녀가 전세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도움을 받았을 경우, 국세청은 자녀 재산이 전세금만큼 증가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 세금 신고 내용과 비교해 보고 출처가 불분명한 금액에 대해 소명을 요청하게 된다.


이에 부모가 자녀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 있다면 “10년 주기 증여전략”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다, 이 전략은 자녀에게 10년을 주기로 증여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자녀가 미성년자라면 2000만원, 성년이라면 5000만원까지는 증여재산 공제가 적용되어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때 증여재산 공제액은 10년마다 다시 초기화되기 때문에, 10년 주기로 반복하여 증여를 활용해야 한다. 위 사례의 직장인 A씨가 만 20세가 될 때 1억5000만원을 증여받고, 10년 후인 만 30시에 1억5000만원을 증여받아 신고했다면 총 증여세는 2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A 씨가 한 번에 3억원을 증여받으면 4000만원의 세금이 발생하는데(적절히 신고하지 않아 발생한 가산세는 제외한 금액) 계획을 세우고 미리 증여한다면 그 절반인 200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국세청의 탈세 검증 체계는 생각보다 정교하여, 세금 없이 증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그렇다면,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미리 찾아 증여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저축할 때는 이율 1%라도 높은 저축상품을 찾아다니면서 비교해본다. 그러나 적절히 신고했다면 내지 않아도 되는 가산세로 30%이상 부담할 수 있는 ‘증여세 없이’ 증여하는 방법을 찾는 것 보다 합법적으로 미리 증여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방법으로 느껴진다.

김형석 상속전담센터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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