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내년 도입 앞두고 ‘교과서’ 지위 잃나
‘교육받을 권리’ 보장한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의결
인구 20만 이상 도시 내 분교 설치도 가능케 돼
AI교과서 [챗 GPT를 사용해 제작]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학생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또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와 인구 20만 이상의 도시 지역에 분교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조사·상담할 수 있는 근거도 법률로 상향됐다.
다만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역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AI 교과서 도입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재의요구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학생맞춤통합지원법’, ‘도시형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 2개의 제정안과 ‘초·중등교육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 9개의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과용 도서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며, 도서 및 전자책으로 제한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였다. 개정안 시행 시기는 공포 후 즉시다.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교사 혼자가 아닌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학생별 상황에 맞는 지원을 제때 제공할 수 있도록 통합지원체계 및 정보 연계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도시형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도시형캠퍼스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와 그외 인구 20만 이상 도시 지역에 설립된 공립학교의 분교(分校)를 의미한다. 해당 지역의 통학환경과 학령인구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분교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공포 1년 뒤 처음 시작하는 학년도부터, 도시형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뒤부터 시행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지역 및 학교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 맞춤형 시행계획’을 교육감이 주관해 매년 수립·공표하도록 하고, 이를 시·도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의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포함토록 했다. 또 교육감 및 교육장이 학교폭력 조사·상담자를 위촉해 활용하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의 법적 근거를 법률로 상향했다.
개정안에서 지역 맞춤형 시행계획·학교폭력 예방대책 부분은 제5차(2025~2029년) 기본계획부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관련 내용은 공포 즉시 적용된다.
함께 의결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①수능 ②외국인 유학생 ③대학재정지원사업 관련으로 나뉜다.
①수능 관련 개정 내용은 수능-사교육업체 간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한 개선책이 담겼다. 수능 출제 참여 전 사교육 영리 행위 여부 확인을 위한 과세정보 조회 근거를 마련하고, 수능 출제 참여 후 3년간 사교육 관련 영리 행위가 금지되는 내용을 포함한다. ②교육부장관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외국대학 등과의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지원 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③정부의 개별적인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지역에서 연계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형성됐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교육부장관과 협의하기 전에 미리 광역지방자치단체 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안교육기관 학생의 학습권 및 안전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내용이다. 공제사업 가입 등 기관의 안전조치 책무를 규정하고, 교육감·지자체 장이 대안교육기관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교육감·지자체 장이 대안교육기관의 법령·학칙 준수, 지원 경비 집행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됐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을 정상화하는 경우 전·현직이사협의체와 학내구성원 대표기구, 개방이사추천위원회 등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때 협의체 구성원 중 임원승인이 취소된 자, 법인·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자 등이 있는 경우에는 협의체의 추천 수가 전체 이사 후보자 추천 수의 과반수 미만으로 제한된다.
아울러 ▷교육감이 인정하는 기관이나 대안교육기관이 교육용 시설로 폐교재산을 사용하려는 경우 무상 대부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안(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학교복합시설의 용도를 지방자치단체장과 감독기관장이 협의해 정하는 등 학교복합시설의 활성화를 돕는 법안(학교복합시설 설치 및 운영·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학교 교육에서 교원의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 권한이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됨을 명시한 법안(교육기본법 개정안) ▷학교안전사고 발생 시 피해 학생 등에게 학교장이 학교안전사고 보상공제사업을 안내하는 법안(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 처리에 대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은 학생의 능력과 상황에 맞는 맞춤형 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의 학교폭력 조사·상담 권한이 명확히 규정됨으로써 학교폭력 사안처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선 “사학의 공공성과 자주성의 균형이 필요한데, 전·현직이사 측의 이사 후보자 추천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여 사학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두고서는 “학교 현장과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므로 교육부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제안한다”면서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하고,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교육 격차 해소방안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