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용 MSR 원천기술 확보 추진
HD한국조선, FNPP 개념설계 진행
SMR 추진 컨테이너선 개념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
국내 조선업계가 ‘바다 위 원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블루오션인 ‘해상 원전’이 새 먹거리로 떠오르며,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자로와 원자력 추진선 시장 개척을 위한 합종연횡이 두드러진다. 기후위기에 대응 가능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SMR이 부상한 가운데, 조선사들은 다른 분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력 확보·기술 표준 달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현대건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과 ‘용융염원자로(MSR) 원천·혁신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개념설계를 진행 중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21년 원자력연구원과 원자력 추진선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에 따른 후속 협력인 셈이다.
SMR의 일종인 MSR은 냉각재로 물이 아니라 염을 이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다. 원자로 내부에 이상 신호가 생기면 액체 핵연료인 용융염이 굳도록 설계돼 중대사고를 원천 차단한다. 이런 방식으로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해상 원자력 발전에 최적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핵연료 사용 주기가 20년 이상으로 선박 수명 주기와 같아, 원자로를 한 번 탑재하면 교체할 필요가 없다.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아 선박에 적용하기 쉽다. 고효율 전력과 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차세대 그린 수소생산기지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과 원자력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사업은 무탄소 해양시스템 등에 적합한 MSR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가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해양용 MSR 노심 기술 ▷용융염 연료 및 재료 기술 ▷해양용 MSR 계통 기술 ▷해양용 MSR 안정성 기술 ▷MSR 해양 적용 기술 등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 2023년 연구를 개시해 현재 2026년까지 예정돼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외에도 원자력 발전 설비를 바다에 띄워 선박 추진 연료로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2년 MSR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와 소형 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 MOU를 체결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24시간 핵연료 재장전 없이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SMR을 싣고 다닐 수 있는 부유체 CSMR(소형용융염원자로) 파워 바지에 대한 기본 인증도 마쳤고, 2028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해상부유식 원자력 발전선(FNPP)의 개념설계를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FNPP는 개념설계가 진행 중”이라며 “FNPP와 SMR 바지선을 구분해 개발하고 있지는 않으며, FNPP의 구조물 형태가 SMR 바지선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재작년에 SMR 기반 발전선 디자인 콘셉트를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개념승인 받은 바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2022년 빌 게이츠가 만든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며 협업해왔다. SMR 선도기업과 기술력을 모아 FNPP 개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양사는 작년 초 미국에서 현지 에너지 회사 등과 MSR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 교류회를 열기도 했다. 테라파워는 HD현대 측에 ‘해상원자력 기술표준 협의체’를 만들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작년 3월부터는 테라파워에 SMR 연구개발팀을 파견, 해당 기업들과 원자력 발전선을 포함, 원자력 적용 신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글로벌 원자력 선도 기관들과 해상 원자력 에너지협의기구(NEMO)를 공동 설립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