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미안해”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말 ‘첫번째 키스’[리뷰]

마츠 타카코·마츠무라 호쿠토 18살 연상연하 케미
타임슬립 로맨틱코미디…불행한 결혼생활 바뀔까


26일 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 ‘첫번째 키스’에서 주인공 칸나(마츠 타카코 분)가 도쿄의 수도고속도로 터널을 지나면 15년 전 과거로 타임슬립한다. 영화 스틸컷.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충고를 하면 듣지 않아. 먼저 널 사랑하게 해야해.”(칸나의 친구)

결혼 후 15년 뒤 선로에 떨어진 남의 아기를 구하려다 끔찍하게 죽는 남편의 운명을 막기 위해 타임슬립해 ‘그날 도쿄의 유명한 고로케집에 가지마’, ‘단골 서점에 들러 고생물 책을 사지마’ 등등의 충고하며 퇴근 경로를 바꿔보려할 때도. 연애감정이 사라지고 서로의 단점만 발견하게 되는 결혼생활을 잘 해나가려면 ‘미안해’, ‘사랑해’, ‘다녀올게’, ‘잘 먹을게’ 등의 말이 꼭 필요하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전할 때도. 무턱대고 ‘이러이러 해야해~’류의 충고를 하면 상대의 반감을 사기에 먼저 마음부터 움직이고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한다는 것. 칸나가 카케루에게, 영화가 관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26일 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 ‘첫번째 키스’는 일본 로맨틱 코미디이자 잔잔한 드라마, 여기에 타임슬립 판타지가 가미된 종합 선물세트다.

일본의 명문 가부키 가문 출신 ‘오죠사마’(영애)로 불리는 배우 마츠 타카코(77년생)와 아이돌 그룹 스톤즈(Six STONES)의 멤버이자 배우 마츠무라 호쿠토(95년생)가 각자의 29세 시절부터 45세 시절까지 연기한다. 타카코는 AI(인공지능) 디에징기술로 20대를 연기하고 호쿠토는 분장으로 40대 중년으로 분한다.

타카코가 연기하는 칸나가 터널에서 과속하면 15년 전 둘이 처음 만난 2009년 8월1일의 한 리조트로 타임슬립한다. 이때는 45세의 칸나와 29세의 카케루가 특수효과나 분장없이 본연의 모습으로 만난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불륜이냐’ 혹은 ‘원조교제냐’ 하며 의심한다. 하지만 나이차가 확연하게 눈에 띄어도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살아있다. 이 영화의 세계관에선 시간은 ‘밀푀유’와 같아서 과거-현재-미래가 사실은 동시다발적으로 흐른다. 그래서 45세의 칸나가 29세의 카케루에게 갑자기 접근해 친한척을 해도 카케루는 어딘지 모르게(15년간 지지고 볶고 같이 산 부부니까) 그녀에게 친근함을 느낀다.

칸나는 남편 카케루의 운명을 되돌리고자 사고 당일의 행적을 모두 기록해두고 경로를 바꾸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영화 ‘첫번째 키스’ 스틸컷


칸나가 20번 이상 타임슬립하면서 카케루의 운명을 뒤바꾸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고로케 가게에 들르지 못하게 수를 써놔도 카케루는 도넛 가게를 들렀다가 또 퇴근길 전차에 부딪혀 죽는다. 결국 칸나는 ‘나와 결혼하지 않아야 카케루가 산다’고 믿고, 카케루의 지도교수님의 딸과 엮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역효과’가 난다. 카케루는 결국 45세의 칸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사랑하게 됐으니, 이젠 ‘충고’를 해도 잘 들어주는 타이밍이 왔다. “나와 결혼한 너는 언젠가부터 눈도 안 마주치고, 싱글침대를 주문해 서재에 넣고, 우리는 밥도 따로, 잠도 따로, ‘다녀올게’, ‘다녀왔어’ 인사 한 마디도 없이 살고 결국 이혼 도장까지 찍었지. 하지만 이혼 서류를 가지고 출근한 너는 어쩐 일인지 관청에 제출을 하지 않고 그대로 가방 속에 넣은 채 퇴근했어. 그리고 그날 생면부지의 아이를 구하러 선로에 뛰어들고 나에게 직접 네 사망신고를 하게 했지.”

자신의 운명을 모두 알게된 카케루의 선택은, 칸나와의 15년의 시간을 다른 내용으로 채워넣는다. ‘첫번째 키스’를 나누고 45세의 칸나가 다시 현재로 돌아간다. 그날 밤 리조트에 무대 설치를 하러 온 29세의 미술디자이너 칸나에게 카케루는 직진, 둘의 두 번째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첫 결혼생활의 실패를 딛고, 스무 번이 넘는 타임슬립으로 일궈낸 인생 2회차 결혼생활. 영화 ‘첫번째 키스’ 스틸컷


함께 식탁에 마주앉아 아침을 먹고, “다녀올게”라 말하며 손 흔들고, 출근하면 “잘 다녀와” 화답하며 배웅하고, 후덥지근한 일본의 여름에도 체온을 공유하는 ‘인생 2회차’스러운 바람직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끝은 정해져 있어도 과정이 다르면 삶은 송두리채 바뀐다. 처음 카케루가 떠났을 때 칸나 혼자 남은 집은 엉망진창이었지만, 두 번째 헤어짐 뒤에는 깨끗하게 잘 정돈된 모습이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잘 먹을게’, ‘잘 다녀와’가 만든 작은 기적 아닐까.

첫번째 키스/ 각본 사카모토 유지·감독 츠카하라 아유코·출연 마츠 타카코, 마츠무라 호쿠토, 요시오카 리호, 모리 나나, 릴리 프랭키 외/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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