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 행사서 인터뷰
“한미 시너지 낼 빅프로젝트 만들어야”
美의 TSMC 압박설엔 “압박으로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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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인센티브가 전제된다면 미국 추가 투자를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미 투자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검토는 계속할 것”이라며 “비즈니스라는 게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어느 기업도 ‘트럼프 시기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지 않고, 이게 내 장사에 얼마나 좋으냐 나쁘냐를 얘기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미국이) 세금도 내리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아직은 뭐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지 않나”며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미국 측의 인센티브가 세금 인하 등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의미하느냐고 묻자 “꼭 돈만 갖고 따지는 게 아닐 수 있다.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같이 해서 서로 좋은 것을 하는 게 지금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살 때는 더 싼 걸 사고 싶어 하고, 팔 때는 내걸 많이 파는 그런 관계만 있으면 상당히 삭막한 관계다. 이제는 단순히 상품 수출만으로 계속 먹고 살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며 “같이 활동해서 서로 시너지를 얻는 빅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해야 대한민국도 지금 같은 트렌드 파도에 잘 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미국이 비싼 인건비 등으로 인해 투자처로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엔 “지금 그런 단계까지는 전혀 이야기한 게 없다”며 “상황이 산업 분야마다 다 다르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좀 불리한 것도 있지만, 미국이 유리한 것도 있다”며 “솔직히 인공지능(AI) 분야 등은 다른 데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게 지금 훨씬 좋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집권 1기부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까지 8년에 걸쳐 1600억 달러(약 230조원) 규모를 미국에 투자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내가 얘기할 건 아닌데, (이번 방미 기간에 만난 미국) 정계 인사 중 한 분이 ‘그거는 계속 집행이 잘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우리는 그런 정책을 갖고 있다. 약속을 해서 미국이 좋은 건데 그걸 왜 안 하느냐’고 얘기했다”며 “실제 그것도 미국이 자기네 실리를 따져서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조건 ‘준다, 안 준다’ 이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다시 리뷰를 할 것으로 보고, 그것(리뷰 결과)이 나와야 한다”며 “새 행정부는 이제 인선을 해서 들어오고 있는 것이고, 최소한 4월쯤 뭔가 발표를 한다고 하니 좀 기다려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계를 살리는 등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에 미국 인텔 공장 인수 타진까지 하면서 압박한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서 최 회장은 “압박을 한다? 나는 그렇게 안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26명으로 꾸려진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방미해 19∼20일 백악관, 재무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 주지사 등을 만났다.
사절단은 21일 러트닉 상무장관 취임 선서식에 앞서 러트닉 장관과 따로 만나 40여분간 면담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사절단은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 등을 강조하며 양국의 지속적인 경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민간 경제사절단의 방미 성과를 묻자 “가능하면 그들(미국 측)이 흥미로워할 얘기를 한다는 게 계획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같이 해서 서로 좋은 얘기가 있어야 되는 것을 준비해왔고, (미국 측이) 6개 분야를 다 상당히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한상의가 준비한 6개 분야는 조선, 에너지, 원자력,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이다.
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선 “제가 협상할 것도 아닌 거 같아서, 한국 정부가 와서 얘기하게 될 거라고 (미국 측에) 전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협상에 나설 때 한국 정부에 전달할 협상 전략이나 당부 사항이 있느냐고 묻자 “있다. 잘 전해드리도록 하겠다”며 “그리고 협상은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