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필리버스터급 최후 진술…거대 야당 ‘44번’ 외치며 개헌 제안[세상&]

윤석열 탄핵 심판 11차 변론 종료
대통령 최초 탄핵 심판 최후 진술
1시간 7분 격정 토로…“복귀하면 개헌” 약속도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심판정에서 최후 진술 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을 44번이나 언급하며 12·3 비상계엄의 원인이 국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통령의 권한을 덜어내는 개헌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께부터 밤 10시 12분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증거조사, 양측 대리인단의 종합 변론을 거친 뒤 당사자인 정청래 소추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밤 9시 5분께 최후 진술을 시작해 약 1시간 7분 동안 쉬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거대 야당’ 반복해 외치며 “비상사태” 강조


윤 대통령은 최후 진술 내내 ‘거대 야당’을 총 44번 외쳤다. 12·3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에 장악된 국회의 입법 폭주, 예산 폭거 상황을 알리기 위한 ‘대국민 호소용’이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84일이 제 삶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지만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며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 완전히 다르다”며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의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했음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함께 나서달라는 절박한 호소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욕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 사무를 담당한 공직자들이 내란몰이 공작에 의해 고초를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위원장과 변호인단과 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1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거대 야당’의 국회 장악으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이 ‘비상사태’라고 주장했다. 야당 우위 국회가 헌법 상 비상계엄의 요건인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였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라며 “야당의 폭주로 대한민국 존립이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 시도와 공직자 줄탄핵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동의 선동·방탄·이적 탄핵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로 선제 탄핵 운동을 벌였고, 오로지 대통령 끌어내리기를 목표로 공직자를 줄탄핵했다. 입법과 예산 폭거도 계속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북한을 비롯한 외부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이 연계해 국가 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들은 가짜뉴스, 여론조작, 선전 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기 단축·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시사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 대통령은 최후 진술 말미에 ‘개헌’을 약속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임기 단축 개헌’과 함께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 한다”며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질서의 급변과 글로벌 경제 안보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를 고려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업무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희생과 결단’을 언급하며 임기 단축 개헌 가능성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사회 변화에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겠다.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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