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사업 개선 통해 시너지 극대화
조업·서비스 ‘통합’…소비자 효용 증대
여객기 활용 유럽·아시아 물류 공략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회원 전용 콘텐츠 ‘HeralDeep’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대한항공에 대한 더 다양한 소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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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자회사 한국공항 직원이 화물을 싣는 기계인 벨트 로더를 활용해서 기체에 물건을 싣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
대한민국의 항공역사를 바꿀 ‘빅딜’이 이제 막바지 단계입니다. 대한항공이 상반기까지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승인받고 여러 시정조치를 순조롭게 이행하게 되면, 2026년 말께 마침내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게 됩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통합이 글로벌 항공사 톱10 안에 들어가는 ‘메가 캐리어’ 국적 항공사의 탄생인 동시에, 한진그룹의 재계 순위를 2~3단계 끌어올리는 기념비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합니다.
지난해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계는 12조757억원에 달했습니다. 한진그룹의 자산은 현재 약 40조원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통합 대한항공의 자산에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매각 등으로 일부 제외가 되는 점을 감안해도 10조원 상당의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통합이 국내 항공업계에 있어서 가져올 변화는 없을까요.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7조592억원. 여기에 대한항공의 16조1166억원에 더해질 경우, 합산 매출액만 23조1758억원에 달합니다. LCC(저비용 항공사) 계열사인 진에어(1조4613억원)와 에어부산(1조68억원), 에어서울(미발표)을 더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커지죠.
현재 항공업계 3위인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이 1조935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체감이 더 쉽습니다.
▶곳곳에서 비용 절감 효과, 규모의 경제 기대감↑=많은 업계 전문가는 이번 통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내용 중 하나가 중복 사업 분야 개선을 통해 얻게 되는 효과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항공 산업에서 두 회사는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같은 서비스를 동시에 영위하고 있거나 중복되는 부분은 통합 이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지상조업’입니다. 공항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스텝카나 램프버스라든지, GPU(전원공급장치)·ACU(냉난방공급장치) 등 항공기가 다음 운항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들을 다루는 업무가 지상조업에 해당합니다.
비행기를 타본 소비자라면 누구나 공항 곳곳에서 항공기 외 다른 장비에 부착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마크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대한항공은 한국공항(KAS),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에어포트라는 회사가 각각 지상조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합병 후에는 통합 대한항공 산하로 들어가면서 중첩 업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죠.
현재 두 지상조업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한국공항이 약 55%, 아시아나에어포트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회사 외에도 샤프와 스위스포트코리아, JAS 등의 조업사가 존재하고 있는데 통합대한항공이 출범하면 외부 업체를 활용하신 대신 내부에서 해결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지상 서비스도 더욱 개선되겠죠.
지난해 수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3년 기준으로 한국공항은 매출 5447억원, 영업이익 33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아시아나에어포트의 매출은 2120억원, 영업이익은 97억원이며, 두 곳 다 상당한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도 지난해 리포트를 통해 “한국공항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외에도 글로벌 3대 항공사 연합 중 하나인 스카이팀 얼라이언스 물량도 담당하고 있다”면서 “인천공항이 최근 꾸준히 확장하고, 아시아나에어포트와의 합병을 통해서 더욱 큰 동반 상승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서비스 관련 IT 분야의 경우에는 대한항공은 한진정보통신, 아시아나의 경우 아시아나IDT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습니다. 발권의 경우에는 대한항공은 토파즈여행정보, 아시아나의 경우 아시아나세이버 등의 서비스가 있습니다.
또 아시아나의 경우에는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아시아나스태프서비스 등 의 조직을 가지고 있는데요. 최근 국내에서 일본 관광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만큼 합병으로 해당 조직의 쓰임새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항공사의 몸집이 커질수록 기름값, 공항 사용료, 기재대여·구입 등에서 더욱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통합으로 인해 원가 절감과 수익성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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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시너지 효과…‘물류전쟁’ 대비도 가능=최근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의 성장으로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화물분야도 양 사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흔히 이번 합병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가 에어인천에 매각되면서, 화물사업 전부를 넘기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에서 여객기 화물(밸리카고)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만568톤, 화물기 화물의 비중은 43만7387톤이였습니다. 실제 인천공항이 처리한 전체 화물서비스에서 아시아나 여객기 화물이 차지한 비중은 5.1%, 화물기 화물이 차지한 비중이 14.8%였습니다.
특히 유럽 및 아시아 권역에서는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운송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우선 해외 출발~인천 도착 노선을 봤을 때 전체 시장에서 60.1%를 차지하는 중국~인천 노선에서는 여객기(PAX) 비중이 10.3%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전체 12.9% 비중인 아시아(중국 일본 외)~인천 노선에서는 여객기 활용 화물 비중이 34.1%, 8.3%인 일본~인천은 45.8%를 기록했습니다.
또 인천 출발을 기준으로는 인천~북미 노선에서 화물운송에 활용된 여객기 비중은 9.7%인 반면 인천~아시아 노선에서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 비중이 40.8%로 높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화물 물량이 많았고, 주로 북미나 유럽·아시아 등지로는 우리쪽 화물이 많이 나갔습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등지는 여객선을 통한 화물 비중이 높았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매각이 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조정은 일정 부분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객사업부에 속한 항공기를 넘겨줄 수는 없으니 통합 대한항공에서도 화물 분야 시너지는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 항공업계 한 관계자도 “에어인천이 보잉737F를 주 기종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중거리인 동남아·서남아 노선이나 유럽·미주노선에 대해서는 커버리지가 닿기 힘들 수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네트워크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대한항공도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6월에는 제1화물터미널의 리노베이션에 착수합니다.
이번 리노베이션은 1~3단계에 걸쳐 내년도 8월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선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에 걸쳐 1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은 2단계 공사, 내년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은 3단계 공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화물터미널은 향후 화물사업부를 확보한 에어인천에 이관될 가능성이 높기에, 기존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화물터미널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발 전자상거래가 전지구적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씨앤에어(Sea&Air·해상항공 복합운송) 관련 국내 물류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2023년 유엔통계국(UNSD) 통계 기준 중국산 제조상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8.4%에 달합니다. 사실상 중국산 제품이 전방위로 유통되고 있는 셈인데요.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의 보편화로 더욱 판매량이 늘어나니 이들이 저렴한 배편으로 우선 물건을 가까운 싱가포르나 홍콩·인천 등으로 이동시키고, 인근 글로벌 허브공항을 통해 해외로 퍼뜨리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무역통계진흥원이 집계한 지난해 공항만 전자상거래 물동량 통계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인천공항(4만4597톤)이 1위, 인근의 인천항(2만5640톤)으로 2위에 올라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와는 전자상거래 수송 실적이 없다시피했던 스위스, 크로아티아 등의 먼 나라에도 우리 항공사들을 통해 전자상거래 물품이 배달되기 시작했죠. 아시아나항공이 여객기 화물을 통한 물동량이 많았던 유럽 노선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아직 통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항공 마일리지나 노선권 배분 등을 놓고서 잡음이 여전합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아직 이뤄지지도 않은 항공 마일리지 통합에 대해서 온라인 공론장 등에서 볼멘 목소리를 내놓기도 합니다. 여전히 갈 길이 남아있다는 뜻이겠죠.
다만 최근 글로벌 항공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도 상존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제는 국적기라는 개념보다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그런 측면으로 이번 통합에 대해 접근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