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준비 안 됐다”…북중미 월드컵 1년 앞둔 미국의 고민은?

내년 ‘월드컵 관광객’ 600만~800만명 예상

여행 업계 “입국 과정서 장시간 소요 예상…관광객 유입 어려울 수도”

트럼프, FIFA회장 배석한 자리서 ‘월드컵 TF’ 설치 행정명령 서명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오른쪽)이 자리한 가운데, 내년 6∼7월 열리는 북중미월드컵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백악관에 설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새긴 내년 월드컵 공인구를 선물하고 있다. [AFP]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오른쪽)이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새긴 내년 월드컵 공인구를 선물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대회까지 약 15개월 남았지만,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제프 프리먼 미국여행협회(USTA) 대표)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까지 약 1년 남은 가운데, 개최국인 미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통상 월드컵이 열리는 국가로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데, 이들을 수용할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끊이지 않는 관세 부과로 미국이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와 갈등을 겪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8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프리먼 대표와 MGM 리조트 인터내널의 윌리엄 혼버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예상되는 외국인 여행객 유입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인력 부족으로 미국에 도착한 방문객이 세관을 통과하는 데 긴 대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긴 줄이 공항 밖까지 이어질 수 있어 수천명의 관광객이 월드컵을 위해 미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 달간 진행될 월드컵에 600만~8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미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미 연방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로부터 비용 절감에 대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행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26년 6월 11일에 막을 여는 북중미 월드컵은 46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첫 경기는 멕시코시티의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열리며, 다음날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경기가 예정돼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대변인은 성명에서 “월드컵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입국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연을 겪지 않도록 포괄적인 여행 편의화 전략을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개최 도시에선 CBP가 대기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매일 자원과 인력 수용 능력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가는 42개국으로, 해당 프로그램의 가입국은 공식 비자 없이 미국에서 관광이나 비즈니스를 위해 최대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우승국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 콜롬비아, 우루과이와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제외돼 있다.

이에 대해 CNN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국가의 축구팬들은 월드컵 예선이 완료되기 전에 비자 신청 절차를 시작해야 하며, 약 9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월드컵 TF 설치 행정명령 서명…”관세,월드컵 더 흥미롭게 할 것”
지난 7일(현지시간)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월드컵 우승팀에게 선사될 트로피를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다만 미 백악관은 멕시코와 캐나다와의 관세 전쟁과는 무관하게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자리한 가운데, 내년 6∼7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백악관에 설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월드컵이 관중 수백만명을 유치하고, 2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며, 이를 통해 지금부터 내년 대회 때까지 400억달러(약 58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새긴 내년 월드컵 공인구를 선물하고, 우승팀에게 돌아갈 트로피를 보여줬다. 그는 내년 월드컵에서 미국이 우승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 질문에 “분명히 가능성(shot)이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드컵에 대해 “한 달 동안 ‘슈퍼볼’(미식축구 결승전) 같은 경기를 하루에 세 게임씩 한다는 그의 말이 듣기 좋다”며 화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캐나다, 멕시코와 벌이고 있는 ‘관세 갈등’이 내년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이 공동개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더 흥미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최근 고율 관세 압박으로 멕시코, 캐나다와의 관계가 긴장된 것이 내년 월드컵 공동개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긴장은 좋은 것”이라며 “나는 그것이 월드컵을 훨씬 더 흥미롭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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