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거장’ 박수근이 보낸 연하장, 63년 만에 고향왔다

마티엘리 미국인 부부가 한국에 기증한 박수근 연하장과 연하장 봉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거장 박수근이 자신의 판화를 붙여 보낸 연하장이 63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박수근 연하장과 연하장 봉투, 개인전 리플릿(소책자) 등 3점을 박수근의 고향에 있는 강원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 기증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증한 자료는 지난달 국내로 돌아온 로버트 마티엘리(100) 씨와 고(故) 산드라 마티엘리(1931~2024) 미국인 부부의 소장품이었다. 연하장은 박수근이 인연을 맺게 된 산드라 마티엘리 씨에게 1962년 말에 보낸 것으로, 겉면에 ‘수근 Soo Keun Park’이라는 서명이 친필로 적혀 있다. 안쪽에는 연을 날리는 두 사람을 묘사한 판화가 부착돼 있다.

마티엘리 미국인 부부가 한국에 기증한 박수근 연하장 안쪽에 부착돼 있는 판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박수근의 연하장은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와 동료 화가 이응노(1904~1989)에게도 보낸 것이 남아 있는데, 이번에 기증된 연하장은 1962년 12월이라는 구체적인 발송 연월이 적힌 봉투가 함께 남아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연하장과 함께 기증된 리플릿은 1962년 초 주한미군 서울기지사령부 도서관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전 때 배포된 전시 관련 자료다. 리움미술관에도 같은 리플릿이 소장돼 있으나, 전시 도중 새롭게 출품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명 11점이 추가로 기록돼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

1962년 열린 박수근 개인전 리플릿(소책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송광사 오불도, 전북 고창 지역의 고문서 등을 기증해왔던 마티엘리 부부는 재단의 국외 문화유산 유공자로 인정받을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이들은 1950년대 미군 군무원으로 국내에 들어와 30년간 용산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해왔다. 1962년 박수근의 개인전을 지원하고 그의 작품을 직접 구입해 소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기증한 박수근 개인전 리플릿이 그들이 지원한 전시 때 배포된 자료다.

기증 자료들은 내달 박수근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리는 ‘박수근 작고 6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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