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중독, 마약 중독과 유사
도파민 회로 이상…심리적 허기
부족하게 먹어도 불안·우울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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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거나 너무 적게 먹은 탓에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적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 권장량은 하루 섭취 열량의 45~55%다. 하지만 적당량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다. 흔히 밥 외에 간식과 음료 등으로 탄수화물을 추가하기 때문이다.
정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탄수화물 중독’ 또는 ‘단맛 중독’에 빠질 수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마약과 비슷한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장승용 합정 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탄수화물 중독은 마약·술·도박의 중독처럼 뇌의 도파민 보상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며 “배고프지 않아도 심리적 허기를 느끼는 ‘가짜 식욕’이 생겨 식탐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탄수화물을 먹을 때 뇌는 도파민 호르몬을 분비해 만족감을 느끼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도파민은 뇌 에서 동기부여와 보상을 담당한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반복적으로 과다 섭취하면, 도파민 분비에 관한 민감성이 떨어져 내성이 생긴다. 점점 더 많은 단맛을 갈구해 중독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탄수화물을 너무 적게 먹어도 심리 문제가 생긴다. 유행인 ‘바디필’ 촬영이나 다이어트 때문에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다. 장승용 원장은 “지나친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오래 유지하면, 짜증과 불안, 우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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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물론 신체적인 문제도 생긴다. 탄수화물은 뇌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부족하면 뇌 기능이 떨어져 집중하기가 어렵다. 피로감도 쉽게 느낀다.
감기에 걸린 듯한 ‘키토 플루(keto flu)’ 증상을 겪기도 한다. 이는 저탄수화물 식단인 ‘키토제닉(ketogenic diet)’과 독감 ‘플루’의 합성어다. 장 원장은 “보통 탄수화물을 제한한 시점부터 1~2주 후, 어지러움·두통·근육통·피로감 등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탄수화물 제한으로 포도당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서 포도당 대신 지방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케톤체(ketones)를 에너지원으로 쓴다. 키토 플루는 대체물을 이용하면서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이다.
거꾸로 심리적 원인이 탄수화물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장 원장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오래 쌓이면,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져 ‘탄수화물 중독’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우울증 환자는 식욕이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오히려 과도하게 음식을 먹기도 한다.
장 원장은 “탄수화물 중독이나 부족한 섭취량으로 정신건강이 의심된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이어 “평소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다면, 갑작스럽게 양을 제한하기보다 서서히 줄이면서 몸이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특히 운동과 함께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