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글로벌 공급망서 고립 자초…올여름 관세충격 본격화”

라인쉬 CSIS 국제경제석좌
7월8일까지 50여국 협상 불가능
트럼프 취임전 비축 재고로 버텨
협상 ‘속도 vs 신중’ 美여론 중요


윌리엄 앨런 라인쉬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국제경제석좌 [CSIS 제공]


“트럼프는 모든 사안에 반응하면서 과거와 모순된 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전보다 더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될 것이다.”

윌리엄 앨런 라인쉬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는 28일 헤럴드경제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흥과 다른 나라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관세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 같은 정책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간과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을 대하는 교역 상대국의 시선이 달라질 것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이 이전보다 더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라인쉬 석좌는 올해 여름 쯤이면 트럼프의 관세충격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들이 트럼프 취임을 예상해 재고를 비축해놨지만 올 여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선 양국의 상황을 ‘스모 경기’에 비유했다. 경기장 안에서 양국이 발을 구르면서 서로의 상태를 호시탐탐 관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방법을 찾게될 것이지만, 현재로선 미국이 좀더 간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라인쉬 석좌와의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 100일, 1기때와 비교하면?

▶모든 일에 즉각 반응하는 그의 성향으로 수많은 발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와 참모진들의 발언 상당수는 과거 발언과 모순된다. 결국, 트럼프를 비롯한 최고위층으로부터 혼란이 비롯되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여파가 올 여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는.

▶기업들은 트럼프의 당선 때부터 관세 정책을 예상해 지난해 하반기 동안 부품을 대량으로 비축해뒀다. 생산 제품의 경우 이미 보유한 재고를 소진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식품 등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들은 관세충격을 더 빠르게 받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통상전쟁으로 미국의 국제경제 위상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관세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뿐만 아니라, 미국을 바라보는 전 세계 국가들의 시선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더 이상 일관되고 안정적인 정책을 추구하지 않으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새로운 파트너를 찾게 만들 것이다. 미국이 현재 자국 내 제조 및 생산 의존도를 높이는 것도 해외 자원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을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달러패권 위협, 국채가격 하락 등이 트럼프에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보는지, 아니라면 무엇이 트럼프의 약점으로 보는가?

▶세계 무역 시장에서 달러가 지휘가 흔들릴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다. 물론 몇 년 전부터 달러의 역할이 조금씩 약화됐고, 이번 트럼프 정책으로 속도가 다소 붙을 가능성이 생겼지만, 달러와 미국 국채 상품은 여전히 인기 있는 안전자산으로 남아 있다.

미국 국채 이탈이 크게 가속화할 위험은 있지만, 이를 확신을 가지고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다. 다만 현재까지는 미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켜 예산 적자를 더욱 악화시키고 경제 성장 속도를 늦출 위험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간 상호관세를 전격 유예했다. 유예기간 유의미한 성과를 볼수 있을까.

▶트럼프가 관세 유예 기간 동안 협상을 통해 미국 경제에 훈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90일 이내에 국가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협상을 이루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협의의 기본 틀인 ‘프레임워크(framework)’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나중에 채워 넣는 방식의 원칙적인 수준의 기본 합의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가 초래한 불확실성으로 협상 과정 속에서도 미국 경제에는 피해가 계속 발생할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전으로 갈수록 중국에 유리한가.

▶현재 미·중 무역전쟁을 두고 이뤄지는 상황을 ‘스모 경기’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재 양국의 지도자들이 경기장에 올라 발을 구르면서 서로를 노려보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합의를 원하고 있어서 결국에는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날이 올 것으로 본다. 다만 미국이 중국보다 협상에 더 간절해 보인다.

-미국 중심 글로벌 무역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나.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대신할 무역 시장을 찾도록 압박을 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으로 눈을 돌릴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있어서 아시아는 다른 지역과는 상황이 다르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이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아시아 이외 국가들은 중국과의 무역이나 투자 경험이 항상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에 경계심을 가질 것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들 국가의 산업들도 중국의 과잉 생산과 공급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이 지난 24일 미국과 첫 협상을 했다. 미국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만 한국 정부는 신중모드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모든 협상에서 늘 성공적이었고,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런 발언들에 큰 의미가 있진 않다.

협상에서 속도전과 시간을 끄는 것 중 해답은 아직까진 없다. 이전까지만 해도 빠른 협상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다소 변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게 맞다면, 신속한 협상 대신 시간을 두는 게 상대국으로선 더 많은 협상력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는 모든 나라가 모두 협상에 서두르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국가를 상대로 조기에 일부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이는 미국 내에서 그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트럼프가 추가 협상을 내야할 압박은 줄어들 것이다.

-한미 통상협의에서 환율이 이례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미국의 의도가 무엇이라 보나?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약달러를 선호하고 있다. 무역 적자 감소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목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참모들은 무역 협상을 통해 달러 가치 절하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 행정부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의 정책 전반을 포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언변을 줄이고 자신의 참모들이 일을 하도록 맡기는 게 트럼프가 취할 최선의 조치다.

김영철 기자

■ 윌리엄 앨런 라인쉬는 누구?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부 차관을 지냈다. 그는 워싱턴 로비단체 전미무역위원회(NFTC)에서 회장직을 15년간 역임했으며, 200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위원으로 활동한 경제·통상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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