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이번엔 중동서 ‘가교 역할’…트럼프 만났다

트럼프 카타르 순방에 초청 받아 참석
K-푸드·뷰티 등 교역 확대 메시지 주목
美 사업 순풍…1분기 매출 두자릿수 성장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D.C.를 찾은 정용진(가운데)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만나 부인 한지희 씨를 소개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의 두터운 교분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트럼프 대통령 만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초청된 한국인 기업인은 정 회장이 유일하다. 중동 순방에 동행하는 주요 경제인으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등이 있다.

이번 일정은 카타르와 미국 양국의 합의 하에 성사됐다. 트럼프 주니어와 각별한 정 회장이 대미 관계에 있어 영향력 있는 채널이라고 판단해 초청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카타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넘어가 현지 유통업계 기업인들과 사업 관련 미팅을 한 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오는 16일까지 나흘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중동에서 거둘 수확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순방 기간에 엔비디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출자한 스타트업 휴메인에 최신 AI(인공지능) 칩인 블랙웰 GB300 칩을 1만8000개 이상 판매하는 계약을 따냈다.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는 카타르항공으로부터 960억달러 규모 항공기 주문을 받았다.

정 회장은 이번 일정에서 상호 간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중동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음악 등이 인기를 끌면서 K-푸드, K-뷰티에 대한 호감이 커지고 있다. F&B(식음)·뷰티·패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도 기회의 땅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수출액은 2020년 146억달러에서 지난해 197억달러로 증가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셰이크 타밈 국왕과 인사를 나누고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과 한국의 다양한 교류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며 “글로벌 소통 역량을 기업의 성과 창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구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일정을 통해 트럼프 주니어와의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는 더 끈끈해지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으며, 트럼프 주니어의 주선으로 미국 정·관·재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지난달에는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행정부와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재계 요청에 트럼프 2기 행정부 ‘막후 실세’로 통하는 트럼프 주니어를 초청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원진 한진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총출동해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했다.

신세계가 확대 중인 미국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 미국 자회사인 PK 리테일 홀딩스의 1분기 순매출액은 5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이마트 자회사 중 매출 규모는 스타벅스코리아를 운영하는 SCK컴퍼니(7619억원) 다음으로 많다. 영업이익 역시 75억원으로 전년 동기(25억원)의 3배 규모로 커졌다.

앞서 이마트는 2018년 미국에 PK 리테일 홀딩스를 세우고 현지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굿푸드홀딩스 지분 100%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매장을 2~3개가량 늘리며 사업 규모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제이슨 황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지난해 PK 리테일 홀딩스 이사회에 합류시키기도 했다.

이마트 미국 자회사 PK 리테일 홀딩스가 운영하고 있는 ‘브리스톨 팜스’ 매장 전경 [PK 리테일 홀딩스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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