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시킨 진돗개로 야생동물 160마리 잔혹 살해한 30대 2명 구속

구속된 피의자들이 키우는 개들이 고라니를 먹고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훈련시킨 진돗개와 특수제작한 도구로 야생동물 160마리를 잔혹하게 포획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3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야생생물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A씨와 B씨를 사전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시 중산간 일대와 경기도 군포, 수원시 일대 야산에서 125회에 걸쳐 오소리·노루·사슴·멧돼지 등 야생동물 160마리를 포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23년 3월부터 같은 해 3월까지 A씨와 함께 8차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자신이 훈련시킨 진돗개를 이용해 야생동물을 물어뜯게 하거나, 특수 제작한 창과 지팡이 칼로 동물의 심장을 찌르고 돌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냥 장면을 촬영해 동호회와 공유하면서 자신이 키우는 진돗개의 우월성을 홍보한 뒤, 교배와 위탁 훈련 등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획한 오소리·노루·사슴의 뿔 등은 건강원에 맡겨 추출 가공한 후 본인이 섭취하거나 지인들에게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생태 연구 자료와 자연자원 도감을 참고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사전 파악하고, 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한 뒤 인적이 드문 야간에 사냥을 벌이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체 운반 중 발각을 피하기 위해 노루, 사슴, 멧돼지 등의 가죽을 현장에서 벗겨 개의 먹이로 사용하는 등의 수법도 사용했다.

특히 이들은 개를 이용한 사냥의 경우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 “산책 중 개가 우연히 야생동물을 공격했다”고 진술하기로 사전 모의한 정황도 확인됐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며 범행을 부인했다.

자치경찰은 사전구속된 A·B씨 외에 불법포획에 가담한 3명과 건강원 운영자를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관련 위반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영산강유역환경청·야생생물관리협회와 협력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상현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자연과 생명을 향한 잔혹한 범죄에는 결코 관용이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야생동물 학대 및 불법포획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