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찔끔’ 오른 동안 기름값·인건비 급증
코로나 後 승객수 회복 안돼 만년 적자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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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대 노인이 지난 4월 29일 서울 청파동 인근에서 마을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안효정 기자. |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마을버스 운수회사 대표 A씨는 올해까지 진 빚만 총 7억원에 달한다. 회사 소속 운전기사들에게 월급 줄 돈이 없어서다.
법인과 개인으로 각각 3억5000만원씩 대출을 받은 A씨는 “법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한계에 다다라서 개인 신용으로도 대출을 받았다. 기사님들 밥값은 드려야할 것 아니냐”면서 “이젠 더 이상 늘릴 빚도 없어 큰일”이라고 탄식했다.
A씨의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이 꺾여 5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마을버스 요금이 300원 인상된 후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2년 전보다 25~30% 수익이 떨어졌다.
A씨는 “우리 같은 적자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다들 한달 벌어서 한달 먹고사는, 빚 갚는 데 허덕허덕하는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마을버스에 운영난까지 맞물렸다. 해마다 인건비와 기름값 등 유지비는 오르는데 코로나19 이후 마을버스를 찾는 승객 수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을버스 요금은 최근 10년 동안 단 한차례 올랐다.
22일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정지원을 받는 마을버스 적자업체는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크게 늘었다. 2015년 32곳→2019년 59곳으로 조금씩 증가하더니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100곳으로 전년 대비 2배가량 뛰었다. 2022년은 118곳을 찍고 이후엔 줄어드는 추세다.
적자 내는 업체가 많아지는 시의 지원금액도 커졌다. 2019년 192억1300만원이던 적자업체 지원액은 코로나19가 불어닥친 그 다음해 350억원대로 불어났다. 2022년 495억원으로 고점을 찍고 2023년(455억원), 2024년(361억원) 내리 줄었지만 서울시는 올해 마을버스 지원 예산을 3년만에 415억원으로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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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마을버스 적자업체 연간 재정지원 현황 |
업체 관계자들은 다른 대중교통이 접근하기 어려운 동네나 고지대 마을을 다니며 교통 약자를 실어 나르는 만큼 요금 인상과 지원금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전한 운행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재정지원은 이뤄져야 한단 것이다. 반면 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손사래를 친다.
재정지원 규모는 서울시와 마을버스운송조합이 매년초 협의를 통해 책정하는 ‘재정지원 기준액’을 통해 결정된다. 재정지원 기준액이 결정되면 추경으로 일정금액을 늘리는 식이다. 재정지원 기준액은 시가 격년마다 용역을 통해 책정하는 ‘마을버스 운송원가’를 근거로 한다.
조합은 올해 재정지원기준액 54만원을 요청했다. 마을버스 차량 한대당(2교대 포함) 2.48명의 운전기사가 필요하다 보고 산정한 금액이다. 서울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운전기사 2.2명을 기준으로 책정하려 한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50만원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며 “시의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요구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책정된 마을버스 재정지원 재정지원기준액 48만6098원이었다. 조합은 시가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운행중단) 등도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대중교통 환승제에 따른 불이익도 업계에선 지적한다. 승객이 대중교통을 환승할 때 마을버스 업체들이 받는 정산액(승객당 646원)으로 시내버스보다 낮다. 한 마을버스 기사는 “환승 손실금이 너무 크다. 승객이 교통카드를 찍을 때 ‘환승’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사실상 우리는 사람은 태우고 요금은 제대로 못 받는 격”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마을버스조합은 이날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서울시 대중교통 환승체계에서의 이탈, 배차 간격 25분 준법운행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고민하고 있다. 시는 최근 발주한 마을버스 운송원가 책정 용역에 마을버스 정책방향 연구를 추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마을버스 업계가 침체됨에 따라 서울시에서 다양한 정책(마을버스 요금인상, 재정지원기준 확대 등)을 시행한바 있다”며 “정책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업계의 현황과 향후 성장방향 모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을버스 운영업체 대표 B씨는 “유류비도 유류비지만 버스 운전은 노동 집약적인 일이라 인건비가 조금만 올라도 타격이 크다”면서 “(마을버스를) 굴리면 굴릴수록 적자인데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행해야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공공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개인이동수단(PM)이 발달한 것도 마을버스 운영에는 악재다.
2021년 대한교통학회가 작성한 ‘서울시 마을버스 매출액 및 흑자업체의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공공자전거와 킥보드 등 경쟁 교통수단의 등장이 마을버스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마을버스의 경영난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운 환경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마을버스 업계 관계자는 “마을버스를 대체하는 수단이 늘고 있다”면서 “이와함께 각 구별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송업체들이 시의 지원금에만 의존하면서 말 그대로 ‘연명’하는 구조가 유지되면 해마다 업계 갈등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내버스와 같은 준공영제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B씨는 “지금은 시와 구에 ‘지원 좀 더 해달라’ 하면 민영업체 잣대를 들이밀고 ‘돈 없어 더 이상 못해먹겠다’ 하면 ‘대중교통인데 그러면 되겠느냐’고 핀잔을 받는다”면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시내버스처럼 탄탄하게 적자분을 보전해줄 수 있는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을버스에는 지속가능성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국·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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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마을버스 안. 안효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