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어 EU도 ‘15% 관세’ 합의…韓 완성차·부품업계, 초긴장 속 막바지 협상 결과 촉각

美 행정부, EU산 자동차에 15% 관세 적용
현지 주요 모델, 가격 역전시 경쟁력 급락
현대차·기아, 부품 현지화 등 대응책 총력
업계 “25% 관세 유지 때 국내 제조업 연쇄 직격탄”


경기 평택항 내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헤럴드 DB]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관세율 관련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이끌어 내면서 우리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대미 협상의 향방에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당장 오는 8월 1일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차량에 대해 일본·유럽산 경쟁 모델보다 무려 10%포인트(p) 더 높은 관세 부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동한 뒤 당초 30%로 예고했던 EU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무역 협정을 타결했다.

이로써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산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등이 15% 관세 적용 수출 품목 리스트에 올라가게 됐다.

미국 행정부는 앞서 지난 22일에는 일본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당초 25%로 수준으로 발표된 자동차 등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미·일, 미·EU 간의 잇따른 상호관세 타결로 국내 자동차 및 부품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업계에서는 25%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업계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 1위 품목으로, 지난해에만 수출액 708억 달러(약 98조원)를 기록하며 2년 연속 700억 달러를 돌파에 성공한 바 있다.

이미 미국발 관세 리스크 여파가 주요 완성차와 부품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는 가운데 주요 부품사와 협력사 등까지 연쇄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품목 관세 부과 영향으로 인한 영업이익 손실액만 8282억원, 기아 역시 786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각각 밝혔다. 양사의 관세 타격액만 총 1조6142억원에 달한다.

기아의 경우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모두 42만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유일한 미국 생산기지인 조지아주 공장의 출고량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만대 수준이다.

이에 기아는 현지에서 차량 판매 인센티브를 줄이고, 미국 생산 해외 수출 물량을 현지 판매로 전환하는 등의 대응 전략으로 관세 영향의 25~30%를 만회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아 측은 “미국에서 캐나다나 멕시코 일부 아중동 지역이나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물량도 있지만, 우선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미국 내 우선 공급하는 전략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관세 격차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현재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중형 세단 쏘나타는 관세 미적용시 미국 시장 가격(2만6900만달러)이 경쟁 모델인 일본 토요타 캠리(2만8700만달러) 대비 6% 가량 싸다. 만일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한다고 가정할 경우 쏘나타의 현지 가격은 3만3625달러로, 캠리(관세 15% 적용 기준 3만3005달러) 보다 2% 가량 더 높아진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업계도 이번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들은 주요 부품 대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대부분 2분기까지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장 내달 1일부터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연쇄적으로 국내 제조업계의 단가 압박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부품 계열사의 경우 현지 생산 효율성을 높이거나 추가로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등의 자구 노력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미국 현지 투자 여력이 없는 국내의 다수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우 관세 리스크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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