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보다 北위상 높인 김정은

귀국전 시진핑과 정상회담 가능성
다자외교 무대서 의전 최고대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戰勝節·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기념행사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왼편에 서서 톈안먼(천안문) 광장 망루에 오르는가 하면, 이어진 오찬 리셉션에서도 시 주석과 나란히 등장해 최고 예우를 받는 등 선대(김일성·김정일) 보다 북한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의 행보는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관세 압박 속 중국이 러시아·북한과 연대하는 모습으로 맞서면서 북한의 핵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북한 또한 ‘정상국가’ 이미지를 고취해 미북 협상의 카드를 마련한 셈이다.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김 위원장은 이르면 이날 오전 중 시 주석과 북중 양자회담한 뒤 오후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 양자회담은 약 6년 8개월 만으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북한의 주요 의제인 경제 협력 등을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의 경제를 발목 잡은 국제사회 제재 완화를 위한 전략적 소통과 지방 발전 등 주요 국정 추진 과제와 관련한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또한 전날 있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 이은 ‘연쇄 회담’이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 군사 협력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형제의 의무’를 강조하는 등 밀착 행보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습근평(시진평) 동지와 반갑게 상봉하시고 인사를 나누신 후 경축행사에 초대된 세계 여러 나라 국가 및 정부 수반들, 국제기구 지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시였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오찬 리셉션에 참석한 것을 두고 “김정은동지께서 각국의 지도자들과 함께 초대회에 참석하시였다”면서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올랐음을 강조했다.

통신은 또한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최된 양자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양국의) 전망적인 협조계획들에 대하여 상세히 토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쌍무(양자) 관계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인도해 나가실 확고부동한 의지를 다시금 확인하시었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2시간 30분간 양자회담하면서 쿠르스크 파병 북한군에 대한 찬사와 러시아 정부와 군대, 인민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혈맹 관계’를 확인했다. 이어 쿠르스크 지역과 관련한 병력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매체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방러 초청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총 6면 중 1∼3면을 김 위원장의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내용으로 채우며 ‘정상 국가 지도자’ 행보를 대서특필했다. 1면엔 톈안먼 망루에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보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상단에 배치했다. 다른 한편엔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두 손을 맞잡고 활짝 웃는 사진도 넣었다. 신문 2면엔 글 기사 없이 김 위원장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전승절에 참석한 26개국 정상들과 나란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특히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아우루스’에 함께 탑승해 있는 차량 내부 사진을 보도했는데, 이는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가 내놓지 않은 것이다. 이어 신문은 두 사람이 양자회담에서 꼭 껴안거나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팔을 잡고 웃는 모습을 연이어 실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신문에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 행보를 실어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북·중·러 3자 회담이 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리 정보당국 또한 3자 회담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전승절 참석을 통해 다자외교 무대에서 확실한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북한이 김정일 시대 은둔국가로 독재했는데, 김정은 시대에 와서 내부 정비를 하고 다자 무대에도 나서면서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것이 북한이 노렸던 수다. 시간을 끌면 핵보유국 지위가 붙여진다는 것인데, 이제는 경제 문제까지 해결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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