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서 5년 만의 정상 등극
두려워도 쫄지말라는 父 조언 상기
한번 길 잃으면 돌아오기 어려워…
경로 이탈하지 않는 게 중요 깨달아
세계랭킹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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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이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트로피와 함께 우승 셀피를 찍고 있다. [대회 조직위 제공] |
[헤럴드경제(해남)=조범자 기자] “우승을 못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오래 갈까 걱정이 됐죠. 한번 길을 잃으면 다시 찾기가 어렵거든요.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년차 베테랑도 5년 만의 우승을 앞두고는 긴장을 숨기지 못했다. 최종라운드 하루 전엔 김치찌개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떨었다고 했다.
대회 최종일 아침.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바지를 입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스쳤다. 지난 5년간 수많은 날을 빨간 바지와 함께 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조차 그에겐 부담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시는 입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그는 “신인의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침착하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홀들을 지나온 끝에 마침내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결승선을 끊었다. 5년 만의 값진 우승컵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스코어는 24언더파 264타.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4타 차이로 넉넉하게 제쳤다.
김세영은 지난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13승을 획득했다.
우승 상금 34만 5000달러를 받은 김세영은 투어 데뷔 11년 만에 통산 상금 1500만 달러를 돌파,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486만3331달러)를 제치고 이 부문 10위(1518만 9333달러)에 올랐다. 다음은 우승 기자회견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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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기자회견에서 밝은 얼굴로 답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 제공] |
-올시즌 LPGA 투어 27번째 우승자다. 고향 친척과 팬들이 많이 응원을 왔는데.
▶LPGA 투어 선수층이 많이 두꺼워졌다. 예전에는 랭킹 상위 10명 또는 5명 정도 중에서 우승자가 결정됐는데, 이제 PGA 투어 처럼 모든 선수들의 기량이 출중해졌다.
한국에서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 우승하는 걸 꿈꿔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는 데 10년이 걸렸다. 한국 팬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
-1번 홀 버디 기회를 놓치고 3번 홀에서 보기를 했다.
▶오늘 모든 홀에서 긴장했다. 오랜만에 우승 기회가 오니 ‘이게 진짜인가 가짜인가’ 싶었다. 내가 보기를 하고나서 노예림이 1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예림이가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그때부터 나도 공격적으로 가자고 했고 마지막까지 그 전략이 통했다.
또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것 중 하나가 “두려워도 쫄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를 상기하고 이겨내려고 했던 게 좋은 플레이로 이어진 것같다.
-5년 간 우승을 못하면서 조급함이 없었는지. 힘든 과정을 어떻게 이겨내려고 했는지.
▶올해와 작년에 우승 경쟁을 많이 했는데 우승하지 못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대회 때마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며 전략을 짰는데 잘 통하지 않더라. 그래서 지난주부터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하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긴장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내가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오히려 이게 더 내게 잘 맞은 것같았다.
5년 동안 우승을 못하면서 이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에 대해 좀 많이 걱정했다. 한번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오랜만에 우승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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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이 19일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2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김세영이 속한 챔피언조를 수천여명의 갤러리가 따라 다니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대회 조직위 제공] |
-오늘 아침 빨간 바지를 입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사실 그동안 빨간 바지를 입고도 우승 기회를 많이 놓쳤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진짜 오늘도 안되면 다시는 안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입어야 될 것같다.
-통산 상금이 15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통산상금 10위에 올랐다. 레전드를 향한 꿈을 꾸고 있나.
▶솔직히 예전에는 상금을 많이 버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게 나한테 큰 도움이 안 되더라. 그래서 올해부터는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세계랭킹으로 선수의 가치를 얘기할 수 있는 것같다. 그래서 올해는 (현재 21위인) 세계랭킹을 최대한 올리는 게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