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인근 총격범, CIA가 키운 아프간 對테러부대 활동 전력

4년전 미군과 함께 철수해 미 입국
미국 동부서 서부 워싱턴DC까지 대륙 횡단해 권총으로 총격

오른쪽 패널에 보이는 주 방위군 총격범 가해자인 라마눌라 라칸왈(29)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키운 아프가니스탄 대 테러부대에서 활동했던 인물로 밝혀졌다.[연합]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주(州) 방위군 2명에게 총격을 가한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이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키운 대(對) 테러부대에서 활동했던 인물로 밝혀졌다.

제닌 피로 워싱턴DC 검사장은 27일(현지시간)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전날 워싱턴DC에서 주방위군 2명에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 라마눌라 라칸왈(29)이라 밝혔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칸왈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조직·훈련하고 아프간인들로 구성된 대테러 부대인 ‘제로 부대’(Zero Units) 소속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제로 부대는 아프간에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도와 탈레반 등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습격해 체포·살해하는 전투 임무를 맡은 조직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과정에서 각종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논란도 나와, 언론인과 인권단체들은 그들을 “처형단”(death squads)이라 불렀다고 보도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19년 보고서에서 제로 부대가 “적법 절차 없는 처형, 강제 실종, 무차별 공습, 의료시설 공격과 기타 국제인도주의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기록했다. 이에 CIA는 제로 부대의 잔혹 행위를 부인하며 탈레반의 선전이라 반박해왔다.

라칸왈의 구체적인 복무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라칸왈의 어릴 적 친구의 말을 빌어 그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제로 부대에서의 행위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제로 부대에서의 각종 잔혹 행위가 라칸왈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이다.

라칸왈은 CIA와 협력한 전력 덕분에 미군이 2021년 아프간에서 철수할 때 미국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제로 부대는 미국 시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의 피난을 돕는 등 미군 철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로 부대가 아프간에 남을 경우 정권을 잡은 탈레반이 제로 부대 대원들에게 보복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부대원 다수가 미국으로 대피했다.

ABC뉴스는 라칸왈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에 미국으로 데려온 아프간 난민 7만6000명 중 한명이라 보도했다. 그는 작년에 미국에 망명을 신청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인 지난 4월 망명을 허가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라칸왈 같은 아프간 협력자 수만명을 미국으로 데려오면서 미국에 위협이 될 가능성 등 신원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프간 철수가 워낙 다급하게 이뤄졌기에 신원 검증에 대한 우려가 남았다는 것이다. 2022년 국토안보부(DHS) 감사 보고서도 일부 부실 검증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으로 피난 온 아프간 협력자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아프간대피’(#Afghan Evac)’는 전날 성명에서 “이번 총격이 아프간 사회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아프간 출신자 공동체는 계속해서 미국 전역에서 기여하고 있으며, 그 어느 이민자 집단보다 가장 대대적인 검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 헤럴드경제신문 국제부가 1분 만에 훑어보는 트럼프 이슈를 매일 배달합니다. URL를 복사해서 주소창에 붙여넣기 한 후 ‘구독’해주세요.
https://1day1trump.stibee.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