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 돌풍, 韓 산업화 성공방정식 닮아…이제 우리가 배워야하는 상황”

공학한림원·국회 ‘中 기술굴기 대응전략’ 포럼
中, AI·반도체·배터리·바이오·로봇 분야 급부상
세제·공공조달·특구조성 등 ‘정책패키지’가 주효
공공서 자국 칩·배터리·로봇 사용…수요 창출
국가가 ‘기업가’ 역할…강력한 규제혁신 필요


한국공학한림원과 국회미래연구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중국 기술굴기 대응 전략’ 포럼에서 윤의준(왼쪽 여섯번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고동진(왼쪽 일곱번째) 국민의힘 의원, 김기식(왼쪽 여덟번째)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중국 정부는 막무가내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잘 될 만한 기업들을 도와준다. CATL이 그 예다. 자체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 공산당 내부에 공학계열 사람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중국 기술굴기의 배경이다”(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한국공학한림원과 국회미래연구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중국 기술굴기 대응 전략’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이대로는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의 추월이 불가피하다”며 국가적 차원의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이 최근 인공지능(AI)·반도체·배터리·바이오·로봇 등 5대 핵심기술 분야에서 급부상한 것을 두고 “과거 산업화 시대 우리나라가 잘 했던 국가 주도 이공계 인재·산업별 대기업 육성 정책을 중국이 가져가서 더 잘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우리가 중국의 성공 방정식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준모 한국공학한림원 중국 기술굴기 대응 연구위원장(고려대 교수)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중국은 나무가 아니라 큰 숲을 본다. 예전에는 중국 정책이 투박했지만 최근에는 선진국에 못지 않을 만큼 세련됐다. 각 정책들이 구조적이고, 체계적”이라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단발성 정책이 아닌 ‘생태계 구축’을 염두에 두고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며 중국의 AI 정책을 소개했다. 독자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그치지 않고 AI 반도체, 피지컬 AI(로봇), 배터리(데이터센터 전력공급)까지 전체 AI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방위적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5대 핵심기술 육성은 R&D 예산만 늘려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중국처럼 인력·공공조달·표준·특구조성 등 여러 정책을 혼합한 ‘정책 패키지’ 설계를 제안했다.

그는 “중국은 R&D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공공영역에서 자국산 반도체·배터리·로봇 사용을 의무화해 수요를 만들어낸다. 규제 완화와 파격적인 인재유치 방안까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준모 한국공학한림원 중국 기술굴기 대응 연구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중국 기술굴기 대응 전략’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중국 정부는 보조금·조세감면 등의 인센티브로 기업의 인재유치와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공공 프로젝트에서 국산 반도체·배터리·로봇을 우선 사용하도록 해 시장 수요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대량 양산과 상용화를 앞당기고, 해당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들어 수출까지 성사시키는 등 국가 주도로 일관된 시스템 위에서 움직인다.

반도체의 경우 국영기업과 지방정부 공장·AI 클러스터는 자국 제품을 우선 조달해야 한다. 군수 분야는 전량 국산화가 원칙이다. 국산 반도체를 구매하면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배터리 역시 공공조달 및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중국산 우선 사용이 원칙이다. 로봇도 공공서비스·국방·교육 등에 도입을 확대해 시장 수요를 키우고 있다. 로봇 부품의 국산화율은 80~90%에 이른다.

안 위원장은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 창출·정책금융·공공조달·표준화·해외수출’ 등의 지원을 하며 기업가 역할을 적극 수행한다”며 “이는 기업의 초기 리스크를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전을 ‘저고도경제특구’로 지정하고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드론특구로 성장시킨 점을 언급하며 “기업가적 국가가 강력한 규제 혁신을 추진한 사례”로 꼽았다.

안 위원장은 또한 “중국은 국가 주도로 산업별 데이터세트를 만들고 이를 플랫폼을 통해 공유한다”며 “모든 산업의 AI 전환을 염두에 두고 강력한 데이터 공유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국가 AI 오픈 플랫폼 역할은 IT 3강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맡고 있다. 3사는 각각 자율주행·스마트시티·의료영상 데이터세트를 구축해 관련 산업군에 공개한다.

안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국가 주도의 데이터 표준화 및 공유 확대로 AI 전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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