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인재 10명 중 1명 이상 미국서 일한다

‘한은-상의 공동세미나’서 발표
AI 인력 16%는 해외서 근무중
임금프리미엄, 6개국 중 최하위
“국제 수준 부합 보상 조성해야”
이창용 “스테이블코인 감시 필요”
최태원 “AI에 1400조 투입해야”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4회 대한상공회의소-한국은행 공동 세미나에서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지난해 국내 AI(인공지능) 기술 보유 인력 5만7000명의 11.1% 수준인 6300명이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1명 이상 인재가 미국으로 유출된 셈이다. 정부가 AI 전문 인력의 질적 고도화와 인재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5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4회 한국은행-대한상의 공동세미나’ 프로그램에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규모, 임금, 이동성 분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글로벌 비즈니스(사업) 인맥 플랫폼인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지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110만 명의 근로자와 이들의 1000만 건 이상의 직무이력 정보를 활용해 국내 AI 전문인력의 규모, 임금, 노동 이동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AI 관련 기술 보유 인력은 지난해 기준 약 5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10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 전세계적으로 절대적인 AI 노동자 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 못 미치지만, 증가 속도는 주요국들을 웃돌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국내 AI 인력 중 석·박사 학위 소지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58%에 달했다. 석사와 박사 각각 35%, 23%였다. 전공별로는 공학계열 전공자가 64%로 가장 컸고, 그 뒤로 경영학(12%) 정보기술(5%) 등 순이었다.

직무 측면에서 보면 AI 인력이 소수 상위 기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오 팀장은 “AI 기술이 소수 개발자만의 전유물을 넘어 널리 활용되는 범용 기술로서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임금이 평균 4.3% 높았다. 이 격차는 2010년 1.3%에서 지난해 6%로 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AI 기술 근로자에 대한 임금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 팀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수준은 국내 AI 핵심 인재의 해외 유출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AI 인력 중 해외에서 근무하는 비중은 16%였다. 다른 근로자보다 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인력이 지난해 630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AI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AI 인력 채용 시 애로사항’에 대해 대기업은 ‘숙련 인재 부족’(27.4%)와 ‘높은 급여 기대’(25.3)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내 기업들의 과반이 앞으로 AI 인력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실제 인력 수급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오 팀장은 “정부와 기업은 AI 인재 정책은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와 인재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 특히, AI 인재 양성을 위한 경력 개발 경로 구축과 함께 국제적인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특별 대담도 진행했다.

이 총재는 AI 대전환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하다지만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하자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자본 자유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재산을 갖고 해외로 나가는 것에 규제가 있고, 감시할 필요도 있기에 은행을 중심으로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현재의 글로벌 AI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려면 7년 안에 20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1400조원이 투입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유망한 스타트업 육성도 한국의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시장의 자원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국가들보다 더 많은 매력적인 기업들을 만들어야 한다”며 “AI 스타트업 관련 시장을 따로 만들어 몇만개 이상의 AI 스타트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현재의 AI 전쟁에서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버블(거품)’에 대해서는 “AI 산업 차원에서 봤을 때 버블은 없다”고 단언했다. 최 회장은 “주식 시장은 항상 오버슈팅(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더 오르는 것)하기 때문에 그 측면에서는 버블이 있지만, AI 산업이 계속 발전하면서 오버슈팅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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