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겨울엔 달달한 로맨스가 필요해”…연말 방송·극장가 부는 ‘로코’ 바람

SBS ‘키스는 괜히 해서!’ 넷플릭스 2주연속 1위
‘이달강’·‘얄미운 사랑’·‘4차 사랑혁명’ 로코 풍년
극장가도 ‘만약에 우리’·‘오세이사’로 겨울나기

 

[SBS, MBC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늦가을부터 불어온 ‘로맨스’ 바람이 연말 방송가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설레고 웃기는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가 부쩍 차가워진 계절에 온기를 더하는 가운데, 극장가에서도 두 편의 한국 로맨스 영화들이 출격을 준비하며 ‘멜로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11일 방송계 등에 따르면, 부쩍 거세진 로맨스물의 흥행 열기에 불을 지핀 것은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다. 생계를 위해 아이 엄마로 위장 취업한 여자와, 그를 사랑하게 된 팀장의 로맨스를 담았다. ‘천원짜리 변호사’를 만든 김재현 감독이 연출했고, 배우 안은진과 장기용이 출연했다.

첫 화부터 주인공 남녀의 키스로 문을 연 드라마는 ‘사랑’의 감정을 직관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그려내며 국내외에서 동시에 흥행몰이하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기대 이상의 연출과 연기로 표현함으로써 ‘아는 맛의 진수’를 느끼게 해줬다는 평가다.

실제 ‘키스는 괜히 해서!’는 공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했고, 지난 10일 방영한 9회는 전국 기준 시청률 6.4%를 기록하며 5주 연속 전 채널 평일 드라마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SBS ‘키스는 괜히 해서!’ [SBS 제공]

가을 개편 소식과 함께 ‘평일 드라마’의 부활을 알렸던 SBS의 전략도 적중했다. 당시 SBS 관계자는 “앞서 SBS 수목 드라마 중 로맨스 코미디물이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면서 “특히나 평일인 만큼 시청자들이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11월 방영한 최우식, 정소민 주연의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의 성적도 좋았다. 장르색이 짙었던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의 후속작으로, 최고급 신혼집 경품을 사수하려는 두 남녀의 90일간 위장 신혼기를 그렸다. 신선한 설정에 더해 설렘의 순간들을 실감나게 그려낸 최우식, 정소민 배우의 열연이 호평받았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응 속에 최종화 최고 시청률 10%를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MBC의 주말 역시 로맨틱 코미디가 책임지고 있다. 강태오와 김세정이 주연하는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다. 최고 시청률 기준 6% 넘으며 올해 방영된 MBC 금토드라마 기준 흥행 2위를 기록 중이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몸이 바뀌게 된 세자 이강과 기억을 잃은 부보상 박달이가 그리는 로맨틱 판타지 사극이다.

tvN은 현재 방영 중인 이정재, 임지연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얄미운 사랑’에 이어 새해를 여는 첫 월화드라마로도 로코 장르의 ‘스프링 피버’를 낙점했다. ‘철벽녀’ 교사 윤봄(이주빈 분)과 뜨거운 심장을 가진 선재규(안보현 분) 간의 로맨스로, tvN 월화극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박원국 감독의 작품이다.

내달 넷플릭스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OTT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로코 열풍에 뛰어들었다. 웨이브는 지난 4일 오리지널 드라마 ‘4차 사랑혁명’을 전편 공개했다. 모델학과와 컴퓨터공학과의 통폐합, 100만 인플루언서와 모태솔로 공대생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설정과 다채로운 소재 차용, 유쾌함이 더해진 연출로 로맨틱 코미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역시 새해의 설렘을 함께할 로맨틱 코미디를 준비했다. 내달 16일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다. ‘환혼’, ‘호텔 델루나’, ‘최고의 사랑’ 등을 통해 로맨스 장인으로 불리는 홍자매 작가의 작품이다.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 분)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예측불가’ 로맨틱 코미디다.

극장가 역시 ‘로코 홀릭’에 빠졌다. 할리우드 대작 속편들의 거센 공세 속에 애틋한 멜로물을 앞세운 한국 영화의 겨울나기 준비가 한창이다. 영화 ‘만약에 우리는’과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다.

크리스마스 이브(24일)에 개봉하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매일 하루의 기억을 잃는 서윤(신시아 분)과 매일 그의 기억을 채워주는 재원(추영우 분)이 서로를 지키며 기억해 가는 청춘 멜로다. 전 세계에서 130만부 이상 판매된 이치조 미사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대세 배우’로 떠오른 추영우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쇼박스 제공]

배급사 측은 “‘매일 기억을 잃는 청춘의 사랑’이라는 설정은 유지하되, 국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캐릭터 설정부터 장소, 소소한 소품까지 디테일한 내용에 전체적으로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개봉 예정인 ‘만약에 우리는’은 뜨겁게 사랑했던 남녀가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쳐보는 현실공감 연애를 담은 영화다. 구교환과 문가영이 각각 은호와 정원을 연기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누구나 한 번쯤 엉망진창의 이별을 경험한다. 그 이별을 다시 잘 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최근 로코 드라마를 연출한 한 감독은 기자와 만나 “가을부터 부쩍 로코 같은 로맨스물이 많아져서 연말까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톱배우들을 앞세운 작품들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서 가볍지만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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