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기업 2조 직접 투자
中전략광물 견제 한미 협력 대응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제련소를 건립한다. 중국이 전략광물 수출 통제로 ‘자원 무기화’에 나서자 한미협력이 그 대안으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 및 기업은 2조원을 직접 투자하며 전략 광물 확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15일 외교·통상 당국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투자는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총 10조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 2조원은 미국 상무부·국방부, 미국 방산전략기업 등이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제련소 위치로 미국 남동부 지역 주요 도시를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미국 측과 60여곳의 후보지를 놓고 검토한 뒤 최근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곳은 제련에 필요한 용수·전력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곳으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측의 적극적인 요구로 이뤄졌다. 희토류 등 전략광물은 반도체, 방산, 항공우주 등 미국 핵심 산업에 필수적이지만, 자국 내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해 중국 수입에 크게 의존해 왔다. 포탄, 미사일 제조에 필수적인 안티모니, 비스무트 등은 대중국 의존도가 70%를 웃돈다.
특히, 지난 10월 중국이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미국 내 전략광물 산업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습식 제련 기술을 가진 고려아연이 최적의 파트너로 부상했다. 고려아연은 올해부터 군수·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안티모니를 재가공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방위사업체 록히드 마틴과 한국에 약 1400억원을 들여 게르마늄 생산 공장을 신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현지 제련소는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략광물 품목의 상당수를 생산·공급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습식·건식 공정을 결합해 아연뿐만 아니라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전략 광물을 생산해 왔다. 미국 현지 제련소는 ‘미니 온산제련소’로서 핵심광물부터 기초광물까지 아우르는 첨단소재를 공급하게 된다. 미국 측은 고려아연에 ‘가능한 한 빨리, 많은 물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 지분 10%가량을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게 될 예정이다.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는 고려아연이 항후 미국 측과의 합작 JV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미국 국방부가 고려아연 주주로 등재되면 고려아연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미국의 안보자산으로 분류되게 된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할 경우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안보 자산에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는 것은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고 향후 미국 사업 내 불이익을 받을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현 경영진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높아질거라는 관측이다. 권제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