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에도 환율 요지부동
한미 금리차에 국장은 저평가
상승 기대감 돌리기엔 역부족
당국 “이제 공은 국민연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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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지수는 전장 대비 18.92포인트(0.46%) 오른 4,136.24로 출발해 상승폭을 조절하고 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0.87포인트(0.09%) 내린 918.69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1,46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 기자] 최근 정부와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한 대책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1480원 후반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미 간 경제성장률·금리 격차와 주식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에 심화한 수급 불균형이 정책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은 단기적인 환율 안정화를 위한 열쇠는 국민연금에 있다고 보고 적극적인 ‘전술적 환헤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24일 오전 9시께 시장에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시 전날 주간 종가보다 1.3원 오른 1484.9원에 거래를 시작했는데, 이후 1460원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470원대로 오른 뒤 횡보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483.6원으로 22일(1480.1원)에 이어 이틀 연속 1480원대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해외 주식 투자 등을 위한 달러 매수세가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수입업체들의 결제 기한이 연말에 몰려 있어 달러 실수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출기업 등에 달러 매도를 유도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말에 (달러)매도가 없고 거래량이 많지 않아서 매수세가 조금만 들어와도 환율이 올라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중반에서 등락하다가 지난 4월 9일 1487.6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뒤 차츰 떨어지다 6월 30일 1347.1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계속 오르다가 최근에는 다시 1480원을 웃돌고 있다. 이대로라면은 올해 연간 평균 원/달러 환율이 역대 최고치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고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환율은 단기적으로 소폭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 외환 스와프를 1년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한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1476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7.4원 떨어진 1468.6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선으로 재차 올랐다.
18일 기획재정부가 ‘외화건전성 제도 탄력정 조정 방안’을 발표한 날에도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4.2원 떨어진 1473.1원으로 마감했지만, 다음날 장이 열리자 1475.5원으로 재차 올랐다. 이날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한시적 외화지준 부리’ 등 추가 대책을 발표했는데 야간 종가는 오히려 1478원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움직임에도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달러 대신 원화를 사 모을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외환 시장을 보면 유독 원화의 가치만 평가절하된 상황이다. 최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0을 밑돌고 있다. 다른 주요국 통화 대비 환율도 점점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원화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이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미 간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금리 격차, 그리고 국내 주식 시장의 매력 저하 등을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한은도 전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한미 간 장기 수익률 기대차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를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룹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부터 8년 넘게 국내 주식의 장기수익률은 미국을 밑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환당국은 당장 해외로 쏠린 투자 심리를 국내로 돌려오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나 기관, 국민연금 등의 해외 투자 과열을 잇달아 지적하는 발언을 내놓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기자설명회에서 “한미 간 경제성장률 차이가 크고, 금리 격차가 크고 주식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고 그런 요인들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로서는 단기적 수급 요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환율 대응책들로 직접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존에는 달러 수요가 공급보다 너무 컸다”며 “정부 정책들이 이를 완화하는 영향은 있겠지만 기존의 수급 불균형이 너무 심했던 상황이라 그걸로 (흐름을)뒤집을 수는 없는 정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이미 마련됐다고 보고 해외투자의 ‘큰손’이 된 국민연금에 공을 돌리는 분위기다.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겼을 때 환을 헤지하는 ‘전략적 환헤지’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수시로 환을 헤지하는 ‘전술적 환헤지’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환율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전술적 환헤지는 한번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당국이 연이어 발표한 조치들은 직접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달러)매도가 나올 경우 이를 뒷받침하는 조치였다”며 이어 “전술적 환헤지가 언제 시행되느냐가 앞으로 환율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전략적 환헤지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구성원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TF 단장은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