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사회적 후생악화 보험 점검”…실손·운전자보험 직격

금감원장, 보험담당 임원에 지시
“과도한 보장이 사회 후생 악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과도한 보장으로 사회적 후생을 떨어뜨리는 보험 상품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단순히 보험사 손해를 넘어 의료 자원 왜곡이나 사법시스템 부하 가중 등 사회 전반에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제3자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는 점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번 점검이 고보장 상품에 대한 일률적인 규제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최근 보험 담당 임원들에게 “사회 전체 후생을 악화시키는 보험 상품이 없는지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과도한 경쟁 속 보험사가 상품을 잘못 설계해 스스로 손해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여파가 공공 시스템의 비효율로 번지는 상황을 엄중히 보겠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금감원은 그동안에도 과당경쟁이 심한 상품군을 모니터링해 왔다. 다만 2024년 적정 보장 수준을 제시하는 ‘보험상품의 보장금액한도 산정 가이드라인’을 내린 이후로는 별다른 제도 개선 논의가 없었다. 이번 지시는 개별 상품 단위의 관리를 넘어 보험 상품 전반의 보장 수준을 점검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점검 대상은 과도한 보장 설계로 제3자 리스크를 유발하는 상품군이 될 전망이며, 개별 의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실손의료보험, 사법시스템에 부하를 가중하는 운전자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가 (상품을) 잘못 팔아서 손해를 보고 끝나면 상관이 없는데, 그게 사회 전체적으로 후생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그런 상품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손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대중화됐지만, 과도한 보장이 의료기관 악용과 보험사기 유발로 이어지고 있다. 과잉 의료를 부추겨 필수의료 기피 현상까지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면서 자기부담률을 계속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 왔고, 올해 초에는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을 50%까지 높인 5세대 실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운전자보험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최근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와 관련해 자기부담 도입, 심급별 한도 차등화 등 권고사항을 내렸다. 과도한 변호사 선임비가 사법시스템에 불필요한 부하를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도 보장 경쟁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점검 범위와 강도를 주시하고 있다. 아직 금감원에서 구체적인 지침이나 협조 요청이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상품 점검은 통상적인 감독 행정의 일환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이 과도하게 보장되면 부작용이 나타나고, 당국이 문제를 제기하면 보험사가 보장을 축소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식으로 조율해 왔다”며 “이번에도 기조에 맞춰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독 기조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상품 개발의 다양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원장이 취임 이후 보험업에 대해 엄격한 기조를 내비친 만큼, 앞으로도 이런 점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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