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부터 시작해 주요 손보 7개사 도입
삼성도 “검토 중”…업계 새 표준될까 관심
암 수술 평균 대기 6주…목돈 부담 덜 수 있어
예약만으로 가능…미시행떈 원금·이자 반환
사후 보상 넘어 케어 서비스로의 확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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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손해보험업계가 ‘선지급 서비스’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암 등 중증질환 진단 후 치료 예약만으로 보험금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한두 달 새 주요 7개사가 도입했으며, 삼성화재도 검토에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암·뇌졸중·심근경색 등 중증질환을 진단받으면 환자와 가족은 치료보다 돈 걱정을 먼저 하게 된다. 중입자치료, 표적항암제 등 고가 치료가 대중화하면서 치료비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은 치료비를 먼저 내고 나중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구조여서, 당장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손해보험업계는 이런 소비자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선지급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치료가 끝난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치료 예약만으로 보험금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고가 치료 시대에 보험이 단순히 사후 보상을 넘어 치료 전 경제적 부담까지 덜어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선지급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 손보업계에선 ▷메리츠화재 ▷DB손보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현대해상 등 주요 7개사가 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NH농협손해보험은 아직 도입 계획이 없다.
선지급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메리츠화재가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한두 달 새 주요 손보사들이 줄줄이 뛰어들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까지 검토에 나서면서 선지급 서비스가 손보업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지급 서비스는 보험금 청구 방식을 바꾼 것이다. 기존에는 치료를 모두 마친 뒤 영수증을 모아 보험사에 청구해야 했다.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하면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일정을 잡은 시점에 보험금 일부를 먼저 받을 수 있다. 치료 후에는 나머지 보험금을 정산받는 구조다.
이 서비스는 주로 암,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등 중증질환을 보장하는 ‘주요치료비’ 담보에 적용된다. 종합보험, 암보험, 간편보험, 어린이보험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특약 형태로 가입할 수 있다. 선지급 비율과 한도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비슷하다. 치료비 보험금의 50%를 최대 500만원 한도 내에서 미리 받을 수 있다. 다만 현대해상은 후발 주자로 뛰어들면서 선지급 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인 70%까지 높였다. 한도는 다른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500만원이다.
선지급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고가 치료의 대중화다. 중입자치료,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최신 치료법은 회당 비용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치료 대부분이 환자가 먼저 비용을 부담하고 나중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보험에 가입해 있어도 당장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게다가 치료 대기 기간도 짧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암 수술의 평균 대기기간은 43.2일(약 6주)이며, 대기기간이 31일 이상인 환자는 49.6%에 달한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한 달 이상 기다리는 동안 환자와 가족은 치료비 마련에 대한 부담을 안고 지내야 했다. 선지급 서비스는 이 대기 기간 동안의 경제적 불안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장년층, 치료비 부담이 큰 고객층에서 특히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소득 수준보다는 치료 시점의 자금 유동성이 필요한 고객들이 체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보험사 간 경쟁 심화도 주요 배경 중 하나다. 메리츠화재가 선지급 서비스로 시장에서 주목받자 다른 보험사들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얼마까지 선지급이 가능한지’가 보험 상품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5세대 실손이 비급여 치료에 대한 자기부담률을 최대 50%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자 암보험 등 정액형 보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본인이 가입한 보험에 해당 특약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약이 없다면 추가 가입을 검토할 수 있다. 서비스 신청은 질병 진단 후 치료 일정이 확정된 시점에 하면 된다. 실제 치료를 받기 전에 신청해야 ‘선지급’의 의미가 있다.
필요한 서류는 보험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진단서, 치료예약확인서, 진료기록부가 기본이다. 치료예약확인서에는 치료 예정 병원, 치료 예정 일자, 치료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일부 보험사는 담당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치료를 받지 않게 됐을 때의 처리다. 변심이나 병원 사정으로 예약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선지급받은 보험금을 돌려줘야 한다. 원금만 반환하는 게 아니다. 선지급일부터 변경 사실을 보험사에 알린 날까지의 이자도 함께 내야 한다. 이자율은 평균공시이율이 적용된다.
치료 일정이나 병원, 치료 내용이 바뀌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변경된 내용이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선지급금과 이자를 반환해야 한다. 예약 내용이 변경되면 지체 없이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손실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지급 서비스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에 한정돼 있어 치료받지 않을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또 선지급 한도도 최대 500만원으로 제한적이며, 보험사들은 치료 예약 후 일정 기간 내 잔여보험금 청구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후 관리 절차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선지급 서비스가 보험 상품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처음엔 암보험에서만 제공되던 서비스가 뇌·심장 질환까지 확대 제공되고 있는 만큼, 향후 다른 고가 신약이나 신의료기술로도 추가 확대가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현재까진 계획이 없거나, 제한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다. 치료 일정과 비용이 비교적 명확한 영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향후 고객 편익과 손익 안정성이 함께 확인된다면 단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선지급 서비스가 도입된 지 두 달 남짓이라 고객 반응이나 민원 감소 효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보험이 단순히 사후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치료 전후를 아우르는 케어 서비스로 전환하는 흐름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