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축포 쐈지만…속내 복잡한 중기 사장님들

코스피 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19.54를 기록한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 지수 5000선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

 

상속-증여 앞둔 기업들 세금 늘어날 듯 “난감”
CB 발행 물량 많은 회사도 경영권 방어 ‘고민’
與, 주가 ‘부양’ 입법… 李 대통령도 ‘빨리’ 주문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 경기도 용인 소재 한 중견기업(상장사) 내부에선 최근의 코스피 주가 급등 상황이 불편하다는 후문이 들린다. 이 회사는 가업승계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왜 너네 회사 주가는 오르지 않느냐’는 항의성 전화가 주주들로부터 걸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혹을 가지는 주주들 수가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2. 충북 소재 한 코스닥 상장사는 과거 발행했던 전환사채(CB) 발행 물량이 부담이다. 과거 시설투자 때문에 CB를 대량 발행했는데, 주가가 많이 올라 대부분 전환청구권 행사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타사의 경우 재무적투자자(FI)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경영권을 가져가려고 했던 사례가 있다. 대주주의 주식가치가 희석되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중기 각기 다른 속사정… 상속·증여 이슈도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어섰지만, 중소·중견기업이 다수 포진한 코스닥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주가 상승은 대체로 기업 가치 제고의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일부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우엔 주가가 오를수록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여당이 주가 부양을 위해 추진중인 ‘자사주 의무소각(3차 상법개정안)’ 법안과 ‘주가누르기 방지법(상속증여세법)’ 등은 기업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간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가 상승’을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이유는 바로 상속·증여세 부담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에 이르고,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60%에 달한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중소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기업 실적이 개선돼 주가가 오를수록, 그만큼 승계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세금도 함께 불어나게 된다. 주가가 두 배가 되면 상속세 부담 역시 두 배로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상속세를 낼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이 다수라는 점이다. 상당수 중소기업 오너의 자산은 주식 형태로 회사 지분에 집중돼 있는데,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유 주식을 처분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중견·중기들의 현실이다. 실제로 주식 매각은 지분율 하락으로 직결되고, 담보 대출은 향후 기업 의사결정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여전히 부족한 현실도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가 급등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코스피 대형주와 달리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시가총액이 작고 유통 주식 비중이 높아 외부 세력의 지분 매집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 필(Poison Pill)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외부 자금 유입이 쉬워지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회사 내부 우려도 커지게 되는 상황이다.

李 대통령·여당, 주가부양 입법 ‘고삐’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가 부양 ‘추가 입법’을 주문한 것도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지수가 5000을 처음 넘은 지난 22일, 민주당 ‘코스피 5000 특위’ 의원들을 만나 오찬을 했다. 현장에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말한 뒤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논의를 준비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이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법안(상속증여세법)이다. 이 법은 승계를 앞둔 상장사들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법상 상장사들은 주가를 기준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매기게 되는데, 이럴 경우 주가가 낮을 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은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보다 낮을 경우 주가가 아니라 ‘비상장회사 평가방법(자산+수익 공정가치평가)’을 사용해 상속세·증여세를 과세하게 된다.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게 만들 유인을 없애겠다는 것이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목표다.

이외에도 정부와 여당은 ‘3차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이 개정안에는 ‘자사주 의무소각’ 방안이 담겨있다. 자사주는 그간 회사돈을 자사주를 사서 보유하면서 때에 따라 경영권을 방어하거나 의사 결정 등에 이를 활용하기도 해왔다.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되면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지고 이는 소액주주들에겐 ‘배당’ 같은 효과를 띄게 된다. 이 대통령은 자사주 의무소각 미이행 과태료(5000만원)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면서, 입법을 빨리 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