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블랙홀’ 노후 빌딩…AI가 숨은 1인치 낭비까지 잡는다

AI 데이터 분석으로 에너지 비용 7% 절감
IoT 24시 감시로 동파·침수 사고 선제 대응
ESG 보고서 자동 산정…지자체 무이자 지원


에스원 직원이 ‘AI 빌딩 에너지 솔루션’을 활용해 건물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에스원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올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면서 노후 건물이 이른바 ‘에너지 블랙홀’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 빌딩은 난방을 예년처럼 가동해도 실내 온도가 오르지 않아 점검한 결과, 장비 노후화로 에너지 사용량이 20%나 폭증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 경기 성남에서는 새벽 시간 배관 동파로 물탱크 수위가 급등하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혹한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숨은 비효율’이자 위험천만한 사고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빌딩의 44%가 준공 30년을 넘긴 노후 건물이다. 대부분의 건물이 단열 성능 저하와 설비 노후화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비효율을 시설 담당자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 발생하는 설비 사고는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피해 규모와 복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AI 빌딩 에너지 솔루션’이 노후 빌딩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전 예측’으로 건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AI, 건물의 ‘에너지 습관’ 분석해 최적 효율 제안 = 에스원의 ‘빌딩에너지 관리시스템(BEMS)’은 건물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이 건물은 오전에 에너지를 많이 쓴다’, ‘오후 3시에 냉방 효율이 떨어진다’는 식의 건물별 에너지 사용 습관을 스스로 학습한다.

AI는 24시간 설비를 감시하다가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관리자에게 이상 징후를 알린다. 회의실에 조명이 켜져 있거나 사람이 없는 층에 난방이 가동되는 낭비 요소를 자동으로 잡아내 직접 설비를 제어하기도 한다.

실제 효과는 수치로 입증됐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빌딩은 솔루션 도입 첫해 에너지 사용량을 5.4% 줄였고, 청담동의 한 건물은 7.3%를 절감했다. 연간 에너지 비용이 10억원인 건물을 기준으로 보면 각각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이상의 관리비를 아낀 셈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IoT 센서로 24시간 감시…동파·침수 사고 원천 차단 = 건물 관리자의 겨울철 고민은 에너지 비용만이 아니다. 영하권 추위로 인한 배관 동파나 누수 사고는 막대한 복구 비용과 영업 중단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관리 인력이 적은 새벽이나 휴일에 사고가 집중되기 때문에 한시도 안심하기 어렵다.

스마트 건물관리 시스템은 기계실과 배관실 등 핵심 설비에 설치된 온도·수위 센서를 통해 24시간 감시 체계를 가동한다. 설정 온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거나 물탱크 수위가 급변하면 관제센터와 관리자에게 즉각 알림이 전송된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기업은 야간에 발생한 배관 파손 사고를 이 시스템을 통해 조기에 감지, 대규모 침수 사고를 막아내기도 했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발생하는 사고를 AI와 IoT가 빈틈없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사후 약방문식 처방이 아닌, ‘디지털 예방 의학’이 건물 관리에 도입된 셈이다.

▶ESG 경영 지원부터 지자체 금융 혜택까지 = 이 시스템은 최근 기업들의 화두인 ESG 경영 지원에도 한몫한다. 실시간 수집된 데이터에 에너지원별 배출 계수를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동으로 산정해 준다. 기업은 별도의 집계 작업 없이도 자동 산정된 데이터를 ESG 보고서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어 행정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준다.

지자체도 노후 빌딩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준공 15년 이상 건물에 최대 20억 원의 무이자 융자를, 경기도는 설치비의 85% 이내에서 최대 5억 원까지 저금리 융자를 제공한다. 지자체 지원을 활용하면 초기 비용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건물 가치는 높일 수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80년대 후반 건설 붐 시기에 지어진 빌딩들이 노후화되면서 에너지 효율 저하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절감과 안전 관리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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