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1심’ 징역 15년 구형, 선고는 1년8개월…줄줄이 무죄 이유는[세상&]

세 갈래 혐의 중 일부 금품수수 부분만 유죄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주요 혐의 무죄 선고
통일교 금품수수 관련 일부 혐의 부분만 유죄
특검 “수긍하기 어렵다” 즉각 항소 의사 밝혀
김 여사 “모든 분들께 송구” 변호인단 통해 전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가 28일 오후에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을 마친 김 여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영상]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를 받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28일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김 여사도 실형을 받으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 두 사람이 모두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씨 여론조사 무상 수수 의혹 관련 부분 등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에겐 김건희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요청한 징역 15년에 한참 못 미치는 형량이 내려졌다.

특검팀은 선고 직후 즉각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 뜻을 밝혔다. 김 여사는 변호인단을 통해 “재판부의 엄중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모든 분들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 갈래 혐의 중 주요 혐의 2개 모두 무죄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건희 여사 1심 선고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 여사는 크게 세 갈래 혐의를 받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여론조사 통일교 금품수수 관련이다. 1심 법원은 세 혐의 중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 부분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첫 번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김 여사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8억 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고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2010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 중순께까지 이루어진 시세조종 행위와 관련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주가조종행위’에 대한 인식은 있었을 것이라며 ‘미필적 인식’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 세력이었던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에 일임매매를 위탁하며 주기로 한 수익금 약정 40%는 일반적인 경우 보다 상당히 높다”며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 69만 주 중 51만 주를 매도하다 다시 매수할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봤다. 아울러 “직원과 통화 내용이 녹음될 것을 염려했다”고 짚었다.

다만, 공동정범에게 유죄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시세조종에 관해 알려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이어 “시세조종세력이 피고인을 공동정범으로 여기며 함께 범행을 수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블랙펄과 공모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라 외부자, 거래상대방’으로 정의했다.

또 2011년 1월 중순부터 2012년 12월까지 이루어진 시세조종행위와 관련해서도 “시세조종세력과의 의사연락 하에 매수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포괄일죄로 기소된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일부에 대해선 유죄 증거가 없을 경우 면소 부분은 이유에서 설명하면 족하고 주문에서는 무죄 표시를 하는 것이 판례”라면서 주가조작 의혹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도 무죄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건희 여사 1심 선고 중계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두 번째로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는 김 여사가 2022년 대선 전후 명태균에게 58차례에 걸쳐 2억 74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실시 여부와 공표 대상은 명씨가 독자적으로 결정했고, 김 여사는 배포 대상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택했다.

법원은 “명씨가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여러 사람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이를 두고 피고인 부부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명씨가 피고인 부부와 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다”며 “구두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했다. 아울러 “기록상 명씨가 여론조사 실시 전 설문 내용, 공표 여부 등에 대해 피고인 부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짚었다.

나아가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김영선에 대한 공천은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투표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살폈다.

특히 법원은 “명씨는 ‘빵선 국회의원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고, 빵선 대통령 윤석열도 당선시켰으며, 10년 백수인 오세훈도 서울시장 만들었다’는 등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며 “공천은 피고인의 선물이라는 명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일한 유죄…통일교 금품수수 일부

유일하게 유죄가 인정된 건 통일교 금품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중 일부였다. 법원은 특검이 기소한 세 차례의 금품 수수 중 2022년 7월분(7월 5일께 샤낼백·7월 29일께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2022년 7월 샤넬백 수수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은 가방을 교부받을 당시 통일교 청탁 내용이 정부 차원의 경제적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가방 교부 관련 대가관계도 인정했다.

아울러 같은 달 하순 목걸이 수수 부분 혐의와 관련해서도 수수 사실과 대가성을 인정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2022년 4월 샤넬백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대선 승리 등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 대화였을 뿐 구체적인 청탁이 오갔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택했다.

양형이유…“고가의 사치품 뿌리치지 못하고 치장에 급급”

재판부는 양형(형량의 정도) 이유에 대해 겸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의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한자성어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굳이 값비싼 재물을 두르지 않더라도 검소하게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데 솔선수범을 보이진 못할망정 반면교사가 되어선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리추구는 인간의 본성이기는 하다”면서도 “지위가 영리추구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1심은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 추징금 1281만 5000원을 선고했다. 압수된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한 몰수도 명령했다. 앞서 특검팀의 구형량은 총 징역 15년, 벌금 20억, 추징금 9억 4864만원이었다.

김 여사 측 “재판부 판단에 감사” vs 특검 “납득하기 어려워”

1심 판결에 대해 김 여사와 특검 측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측 변호인 최지우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도이치모터스와 명태균 관련 무죄는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 결과는 정치 권력이 수사에 개입하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특검 팀에선 “무죄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법리적·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라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후 남부구치소에서 변호인 접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변호인단을 통해 “오늘, 재판부의 엄중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며 “다시 한 번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모든 분들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여사는 이 사건 외에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인들의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한 혐의, 공직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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