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제외 재단, 10년 넘게 지배정황 확인
거래·인사·자금 흐름으로 계열 관계 첫 인정
“감시활동 지속…위법행위 적발 엄중 제재”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DB그룹 총수(동일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재단과 산하 회사들을 누락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창업회장이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 회사 등 2개 재단, 15개 회사를 소속 현황에서 빠뜨린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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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
DB는 지난해 기준 자산 14조8000억원으로 자산 순위 40위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문제가 된 재단 및 관련 회사들은 1999년 계열에서 제외된 비영리 법인이었지만, 공정위는 2010년 이후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활용을 위해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자료에 포함되지 않았고, 최근 5년간 누락된 법인은 최소 2개 재단과 15개 회사로 파악됐다. 다만 이번 고발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021~2025년 5년간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에 한정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DB 측은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을 김 창업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삼았고, 특히 DB아이엔씨를 통해 제조·서비스 계열사를 지배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DB하이텍은 비금융 계열사 가운데 재무 규모가 가장 크지만 김 창업회장 측 지분율이 23.9%(자사주 제외)에 그쳐 지배력 유지 필요성이 컸고, 이 과정에서 재단 회사들이 동원됐다는 설명이다.
재단 회사들은 2010년 DB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위해 DB캐피탈 등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부동산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자금 지원에 나섰다. 2021년에는 김 창업회장이 개인 자금이 필요해 재단 회사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빌렸고, 상환과 취소를 반복하면서 중도상환수수료도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김 창업회장과 가족, 주력 계열사들이 재단 회사들과 수년간 자금·자산 거래를 이어온 사실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DB 측이 재단 회사를 동원한 거래를 추진할 때마다 위장계열사 문제로 감독 당국의 감시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동일인의 지배 아래 두고도 외부에는 계열이 아닌 것처럼 숨겨 온 ‘위장계열사’ 실체를 확인해 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계열 여부를 단순 지분율이 아니라 거래 관계와 인사 교류, 자금 흐름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동일인의 실질 지배력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가 허위 자료 제출을 이유로 총수를 고발하기로 한 건 지난해 8월 농심 신동원 회장 사례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의 핵심 기준이자 다른 법령에서 대기업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앞으로도 지정자료 제출을 지속 점검하고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