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확인시 가격원상 복귀명령 검토
이 대통령 “공권력 총동원 시정” 지시
업계 “물가안정 공감하나 부담 커져”
설탕·밀가루 등 불공정행위가 반복돼 온 고질적 분야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약 20년 만에 ‘가격재결정명령’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민생과 직결된 품목에서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이 확인될 경우 인상된 가격을 다시 조정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가격재결정명령은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에 한 차례 적용된 이후 내려진 적이 없어, 물가 안정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는 11일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에서 ‘불공정거래 점검 추진방향’에 따라 불공정 우려 품목에 대해 공정위와 소관 부처가 합동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담합이나 독점력 남용이 확인되면 최우선으로 신속 처리하고 가격재결정명령 등 가격을 되돌리는 조치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담합으로 물가를 올린 기업에 대해 가격 조정 명령 제도를 활용하라”고 말했다. 앞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3일 “그동안 공정위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아주 소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지금부터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식품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설탕과 밀가루를 시작으로 생리대 등 생활필수품 전반으로 가격 인하 압박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가 합동 조사와 가격재결정명령까지 예고하자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민생을 위한 물가 안정 취지에는 공감하며 기업도 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식품 산업은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에너지·물류 비용 등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격 결정이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물가 안정화를 위해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이 작동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수준으로 느껴진다”며 “기업이 이익을 내야 재투자와 고용,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데 과도한 압박은 경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식재료 제조업체 관계자도 “그동안에도 정부와 협의를 거쳐 가격 인상 시기를 조정해 왔다”며 “대부분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양영경·강승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