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지연 속 서학개미 다시 증가세
이달 순매수 금액 41억 달러 역대급
업계 “공제 기한 2분기 연기가 현실적”
국내 증시 복귀하려는 투자자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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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해외 주식투자 국내 유인책으로 추진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제도 도입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하루빨리 관련 입법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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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20일 사상 처음으로 57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세다. 이에 해외 투자에서 국내 투자로 복귀하려는 투자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제도가 바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제도이지만 정작 관련 입법이 지지부진하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세제 혜택 시점에 맞춰 국내 투자로 복귀하려는 투자자들도 노심초사다. 관련 상품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 역시 초조하게 국회 입법 상황만 지켜보는 형국이다.
해외 투자를 국내 투자로 복귀시키겠다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하루빨리 관련 입법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및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원래 2월로 예정됐던 RIA 제도 시행 시점은 계속 지연, 사실상 1분기 내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선 관련 법이 오는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이송, 공포 등을 절차가 남아 있다. 이후 증권사들도 각종 시스템을 마련하고 상품 출시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극적으로 3월 내 출시하더라도 사실상 1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맞춰 출시될 수순이다.
1분기란 시점이 중요한 건 이 제도가 시기에 따라 공제를 차등 적용하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이 높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100% 면제는 1분기 내 해외주식을 매도할 때 적용된다. 극적으로 3월 내 상품 출시가 완료되더라도 혜택을 보려면 단 며칠 사이에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셈이다. 오히려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여당이 공제혜택 적용 시점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RIA 제도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들도 혼란스러운 현실이다. 현 상황에선 투자자들이 사실상 1분기 안에 해외주식을 매도하기가 쉽지 않다. 계좌 개설부터 해외주식 매도, 환전, 국내 주식 선별 및 재투자까지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절세와 해외 투자 간 손익을 비교해 볼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RIA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1년간 국내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해야 하는데, 장기간 돈을 묶어놓아야 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손익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또 정부는 RIA로 절세 혜택만 챙긴 뒤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꼼수’를 막기 위해, 추후 해외주식 재매수 시 혜택을 축소하거나 배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매도 시점이 이를수록 더 큰 절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향후 해외 투자가 어려워져 이에 따른 기회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3월 안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여러 손익을 따져보고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적을 것”이라며 “당장 1분기로 예정된 100% 소득 공제 기한을 2분기로 연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미 계좌가 출시된 것으로 아는 고객들의 항의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 기회에 아예 적용 기간을 늦춰 적용하길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책 발표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일부 대형 증권사를 불러 RIA 가이드라인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관련 논의에서 배제돼 준비 단계에서부터 뒤처졌다는 위기감이 짙었다. 하지만 시행 시점이 뒤로 미뤄지면 오히려 출시 점검 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IT부서 입장에서는 오히려 당초 예고했던 것보다 시행이 늦어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간이 늦어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도 개발 일정을 확보하게 돼 시스템 운영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에 RIA 계좌 개설 때문에 담당 직원들이 모두 나와서 야근을 했다”며 “일반적으로 계좌 한 종류를 개설하려면 몇 달이 걸리는데, 애초에 두 달 안에 개설하겠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투자 복귀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명확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코스피는 급등세를 기록 중이다. 사상 처음으로 5700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 35% 넘게 급등했다.
반면, 미국 증시는 올해 들어 상승 폭이 제한된 모습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 지난해 말과 비교해 0.2% 증가하는 데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2.4% 감소했다. 국내 투자 매력이 부각되는 흐름이다.
RIA 제도 도입이 지연되는 와중에 감소세를 보이던 해외투자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1억1752만달러(약 5조9741억원)에 달했다. 미국 증시 기준 13거래일간 일평균 3억1700만달러가량을 사들인 셈이다.
월간 기준으로 서학개미의 사상 최대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68억5499만달러다. 당시 23거래일간 일평균 약 3억달러 상당의 미국 주식을 매수했는데, 이달 매수 추세는 이를 뛰어넘는 규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RIA 도입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2월 중 도입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브레이크 없는 해외주식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 양도세는 양도차익에 부과되므로, 차익이 작거나 기본공제 범위에 가까운 투자자의 경우 RIA 인센티브가 약하다”며 “국내 주식 1년 이상 보유 조건도 국장에 확신이 없는 투자자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2016년 자본 환류 정책을 실시해 당시 해외 자산 1195조 루피아(약 104조원) 중 12.4%를 환류했다”며 “두 나라의 상황이 같진 않아 환입 자금 규모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당시 루피아가 강세를 보였고, 자카르타 종합지수가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RIA 계좌 도입은 환율 안정과 국내 자본시장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윤·신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