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새로운 농업의 미래를 여는 ‘K-뒤영벌’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Bumblebee)’는 덩치는 작지만 인류를 구하는 집념의 정찰병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크린 속 범블비가 영웅이라면, 농업 현장에는 식량을 수호하는 또 다른 범블비 ‘뒤영벌’이 있다. 최근 자연 화분매개자가 급감하고 시설재배 면적은 크게 늘면서 뒤영벌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통통한 몸집에 노란 줄무늬를 두른 이 곤충은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화분 매개에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꽃과 꽃을 이어주며 결실의 근원이 되는 이 곤충의 생태적 역할은 물론, 농업 생산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뒤영벌의 최대 강점은 강인한 생명력과 성실함이다. 꿀벌이 활동하기 어려운 저온에서도 비행을 멈추지 않으며, 폐쇄된 비닐하우스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부지런히 꽃가루를 옮긴다. 특히 강력한 진동 수분이 필요한 토마토 등 작물에서 뒤영벌의 존재는 단연 절대적이다. 실제 방울토마토 온실 투입 결과, 인공수분 대비 8% 이상 생산성이 향상됐다. 뒤영벌 한 마리가 꿀벌 25마리 몫을 한다는 평가와 함께 기후 위기 시대, 꿀벌을 대체할 가장 강력한 화분 매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농촌진흥청은 일찌감치 뒤영벌에 주목해 1995년 연구에 착수하고 연중 실내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며 산업화를 이끌었다. 도입 초기 0%였던 국산화율은 2024년 92%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으며, 30억 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도 200억 원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경제적 편익도 연간 1,8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뒤영벌은 농업의 비용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기술 자산이다.

이제 우리 기술은 양적 공급을 넘어 품질 고도화와 디지털 전환(DX)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 기반 ‘스마트 벌통’은 일벌의 활동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교체 시기를 정밀 예측한다. 또한 ‘스마트 사육 시스템’으로 온습도를 자동 제어하며 생산능력이 30% 이상 향상된 우수 계통도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농촌 노동력 공백을 메움과 동시에 우리 농업을 첨단 산업으로 진화시키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독보적인 역량은 ‘K-뒤영벌’ 브랜드가 되어 세계 시장을 정조준한다. 세계 화분 매개 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약 26억 달러에서 2035년 39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시설원예작물은 뒤영벌을 활용한 정밀 매개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국내 표준 생산 기술과 엄격한 품질 관리 체계를 브랜드화하여 화분매개곤충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올 상반기에는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수출도 추진한다. 단순한 곤충 수출을 넘어 사육 시스템과 관리 노하우를 결합한 ‘농업 기술 패키지’ 전파가 핵심이다. 우리만의 표준화된 공정과 촘촘한 관리 체계는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 농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표준화로 신뢰를 쌓고 깊어진 신뢰는 거대한 시장을 여는 열쇠가 된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변화 속에서 화분매개곤충은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자산이다.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은 농업인의 소득 증대와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K-뒤영벌’ 연구에 정진할 것이다. 아울러 ‘K-뒤영벌’이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 농업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며 찬란한 날개를 펼칠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김상경 농촌진흥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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