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물류 차질 우려↑…韓 산업계 ‘원가 쇼크’ 비상등 [美 이란 공격]

세계 원유 20% 통과 요충지 막혀
산업계 비용 압박 확대
단기 버텨도 장기화 땐 직격탄
업계 “수익성 방어 총력”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해안의 항공 전경. [로이터]


[헤럴드경제=정경수·고은결 기자]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 급등과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해운·정유·석유화학·항공업계는 일제히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걸프 지역의 사실상 유일한 해상 출입구인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번 사태로 봉쇄가 현실화하면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대 변수로 유가가 꼽힌다. 현대차증권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고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며 “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확대되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유·석화 “단기 대응 가능…장기화 땐 부담 가중”=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불거지며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70%, LNG의 20%를 중동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는 데다, 원유를 실은 유조선은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간다. 이에 원유·가스를 수입하고 원료로 쓰는 업계는 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유·석화업계는 공통적으로 원재료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정유업계의 경우 유가 급등이 당장은 재고 평가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원유 도입단가 상승에 따라 정제마진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부와 업계는 약 7개월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 수급 차질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타 지역 원유 도입 비중 확대와 공급선 다각화, 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중동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다. 에쓰오일 역시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대체 경로를 확보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긴장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당장 대응 역량은 갖추고 있지만, 중동 정세와 원유 수입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 부진에 시달려온 석유화학업계는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석화제품의 핵심 원료인 납사는 원유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 여파로 지난해 업계 합산 영업손실이 1조6000억원대에 달한 상황에서, 제품 가격은 정체된 채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만 더해진 셈이다.

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표시돼있다. [연합]


▶해운업계 ‘원가 쇼크’ 경계…수익성 압박=해운업계도 긴장 속에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 중이다. 팬오션과 SK해운 등 유조선·벌크선 비중이 높은 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구조여서 봉쇄 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론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운임 상승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해협 통항이 전면 차단될 경우 컨테이너선은 외곽 항만을 대체 기항지로 활용하고 육로 운송을 병행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대량 화물을 육상으로 옮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SM상선과 대한해운은 유조선을 운영하지 않아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 다만 SM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 물류 운송이 전쟁 여파로 유가 등 원가 상승 압박을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운반선의 중동 운항 빈도가 높지 않은 데다, 화주사와 협의해 대체 루트를 검토 중이다.

HMM은 해당 지역을 오가던 선박 1척이 해협 안쪽에서 빠져나왔고, 6~7척이 인근 해역에 남아 있다. 중동 매출 비중은 낮아 직접 리스크는 제한적인 반면, 글로벌 선복 공급 축소에 따른 운임 상승 효과는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MM 관계자는 “당장은 지켜보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중동은 주력 시장은 아니지만 유가 상승은 전 항로에 영향을 미쳐 파급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이미지로, 3D 프린팅한 원유 배럴과 유정(펌프 잭),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표시한 지도가 함께 표현돼 있다. [로이터]


▶항공 “유가 10% 오르면 비용 3%↑”=항공업계는 유가와 환율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다. 항공유는 항공사의 제1원가로,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유가의 급등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유가가 10% 상승하면 항공사 전체 비용은 3% 이상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동 직항 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은 우선 오는 5일까지 두바이 노선 운항을 중단했으며, 이후 운항 여부는 상황을 모니터링해 결정할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유가 영업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고정비 중 달러 지출이 약 30%에 달해 사태 장기화 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 전략으로 변동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운송(탱커·가스선)과 석유·가스 업종이 단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은 반면, 화학·유틸리티·항공·건설 등은 원가 부담 확대와 금리 변수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전쟁과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물가·금리 경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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