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연쇄살인女, 즉각 체포했으면 죽음 막았다”…유족, 경찰 규탄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모씨가 지난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 측이 경찰의 초동수사 미비로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며 경찰을 강하게 규탄했다. 경찰이 진작에 피의자 김모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도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즉시 체포하지 않아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20대 여성 김씨의 범행으로 숨진 피해자 A씨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는 3일 성명을 내고 이 같이 밝혔다.

남 변호사는 “경찰이 1월9일 상해 진정서를 접수했고, 1월28일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경찰은 적어도 2월 초쯤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있었지만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즉시 체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해 12월 20대 남성에게 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하는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피해 남성을 두차례 조사한 뒤 김씨에게 지난 2일 전화로 출석을 요구했고, 김 씨는 일주일 뒤인 지난 9일 조사에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점에는 김씨의 두번째 범행으로 첫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조사 일정을 사흘 앞두고 김씨에게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일 오후 첫번째 상해 사건과 두번째 발생한 변사 사건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두 사람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검출됐다’는 구두 회신을 받아 압수수색 영장을 작성했다.

경찰은 10일 오전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청구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는 세번째 피해자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된됐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살인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고도 행적을 면밀히 추적·감시하는 기본적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것이 적절한 수사였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첫 사망자가 나왔을 때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만 했더라도, 예정대로 피의자 조사만 했더라도 A씨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었다”고 분노했다.

더욱이 유족 측은 가족이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됐다는 사실을 경찰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됐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두번째 사망 사건 직후 유족이 직접 경찰서에 진술하러 출석했음에도 사건이 타살인지 여부조차 안내받지 못했다”며 “유족은 가족이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됐다는 사실을 경찰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건 경위와 수사 진행 상황을 가장 먼저 통보받아야 할 대상은 피해자 유족”이라며 수사 담당자 문책과 유족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남 변호사는 강력 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시 신속한 체포·구금·감시 등 의무적 조치 매뉴얼 마련, 강력 사건 피해자 유족에 대한 수사 현황 통보 의무화,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및 유족의 참여권·진술권 보장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