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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구멍을 메우고, 촘촘히 관리해야하는 문제를 풀어야할 때입니다.”(조영신 동국대 교수)
오는 6월 열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80여일 앞두고, ‘난항’에 빠진 중계권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하 밀라노 올림픽)에 대한 특정 유료 방송의 단독 중계 이후 ‘보편적 시청권’ 문제가 더욱 부각된 가운데, 국가대표 선수들의 피땀이 정작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2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마련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관련 공개 시민간담회’에서는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중계권 문제와 나아가 장기적으로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과 제언들이 제기됐다. 이날 자리에는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YMCA 등 시민단체와 방송미디어통신 전문가, 축구·빙상체육 관계자, 청년 등 13명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앞서 JTBC는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과 2025∼2030년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뒤 지상파 3사에 재판매를 시도했으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했다. 이로 인해 시민사회 등에서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어진 양 측의 월드컵 중계권 협상마저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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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관련 공개 시민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미통위 제공] |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 앞선 인사말에서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민 관심 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은 방송사업자의 중요한 공적 책무”라면서 “중계권은 사업자간 계약과 시장질서의 영리 등의 조건이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미디어 주권자인 국민이 문화적 기본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합리적 해법을 모색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와 토론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법 제도 현황과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들의 올림픽 및 월드컵 등 스포츠 중계 관련한 제도 분석, 국민 관심 행사의 지상파 방송 수단 확보, 온라인 보편적 시청권 보장, 코리아풀(Pool) 구성, 사전승인 제도 도입 등의 제도 개선 방안들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조영신 동국대 교수는 현존하는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사회적 통합이라는 목표에 맞게 가이드를 재정비하고, 규제에 대한 규제 당국의 집행력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밀라노 올림픽은) 지난 2007년에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도입한 우리 나라에서조차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통합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사례고, 큰 문제”라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구멍을 잘 메워서 향후 촘촘하게 관리해야하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조 교수는 유럽의 관련 제도 분석과 함께 “어떤 스포츠 이벤트를 어떤 범위까지 중계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시청 환경의 변화에 따른 온라인 영역에서의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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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트트랙 김길리(오른쪽), 이소연이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 |
패널로 참석한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을 단순히 방송사들에 대한 규제가 아닌 지원으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광고 수입 감소로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방송사들이 국민 관심 행사 중계라는 공공의 책무만을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매해 국가대표 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연 3500억을 쓰는데, 그것이 이번 동계올림픽처럼 제대로 중계되지 못한다면 투자를 실현하지 못한 것과 같다”면서 “규제도 해야하지만 이것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 모르고 치솟는 중계권료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싼 중계권료를 감당해야하는 현실을 감안한 공적 자금 투입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는 “이 상황이 표면적으로는 보편적 시청권의 문제이지만, 치솟은 중계권료를 감당할 수 없는 지상파와 중계권자인 JTBC의 현실이 결정적 문제”라면서 “올림픽과 월드컵은 다르다. 단일 대회로는 월드컵이 훨씬 중계료가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 관심 스포츠라하더라도 전 경기 생중계는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공적 자금 지원이 없으면 안되지만, 만약 공적 자금 투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고 한다해도 무료 방송사들의 패럴림픽,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생중계 범위를 넓히지 않는 한은 (합의를)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도 “월드컵 중계권이 매우 비싸다”며 이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방송사들이 (JTBC가 중계권을 산) 2019년 대비 광고 수익이 반토막이 났는데, 이 상황에서 누가 더 책임을 져야하냐는 논란은 한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비싼 중계권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가 방미통위를 중심으로 단일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곽 교수는 “중계권 구매협상 초기부터 컨소시움을 구성해서 복수 입찰이 아닌 단일전선으로 나아가야 과도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중계권 가격 협상을 합리적으로 지원하고, 부족하면 공적 재원으로 메꿔줄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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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FIFA 월드컵 |
가장 시급한 것은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3월 말, 4월 초까지는 방송사들 간의 재판매 협상이 이뤄져야 지상파 중계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송사들이 손익만을 생각하고 협상에 나서서는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조영신 교수는 “과거에 내가 얼마를 지불했는데, 그것에 대한 손해 규모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답이 나올 수 없다”면서 “아마도 누가 샀더라도 2026년에 적용하면 다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시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재판매 협상 가이드라인을 사례로 들었다. 조 교수는 “유럽의 경우 한 사업자가 중계권을 확보하고, 그것을 판매할 때 독점 프리미엄 가격을 배제한다”면서 “가령 평상 시 100만원인 것을 150만원에 주고 샀다면 50만원은 독점 프리미엄이다. 이 금액은 합리적 계산 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곽규태 교수는 “중계권 구매와 재판매 금액이 잘 안알려져 있어서 학계도 모르고, 그것이 적정 수준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유럽의 사례를 바탕으로 독점 프리미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절반을 JTBC가 부담하고, 나머지 반을 지상파 3사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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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방미통위 제공] |
협상 불발 시에 방송 3사 역시 책임에서 피할 수 없다는 무거운 경고도 있었다. 곽 교수는 “협상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을 때, 특정한 회사가 파산을 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대다수의 방송사업자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모두가 협상에 진정성 있게 참여해서 짧은 시간 내에 협상을 종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함께 자리한 시민단체와 시청자 패널들은 시청습관의 변화, 지상파 중계를 통해 느낀 문제점 등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보편적 시청권과 관련한 문제점과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지상파 중복 중계의 피로감을 꼬집었다. 윤 사무총장은 “지상파들이 맨날 똑같은 경기를 중복으로 중계해서, 다른 것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의 시청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하나의 산업 안에서 무조건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성 교수는 “독일도 국가 대표팀 경기를 중복으로 중계하지 않고, 보편적 시청권을 암묵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일본도 대표팀 경기 중계를 돌아가며서 한다”면서 “여기에 더 많은 방송사들의 참여로 풀을 확대하고, 뉴미디어에 전경기 중계 모델을 현실적으로 줘야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