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도 주요 선진국 중 가장 큰 폭 하락
“석유화학 업종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한은 중동 사태 ‘금융 스트레스 테스트’
‘심각’ 시나리오 은행 건전성 지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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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지난달 말 ‘중동사태’ 발발 이후 한국의 달러 대비 환율 상승률과 주가 하락폭이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사태 장기화 등에 경제 위기가 닥칠 경우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하고, 석유화학 등 취약 업종의 부실 채권 비율이 세배 넘게 치솟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3월)’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월 말 중동사태가 발발한 이후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확산에 따른 달러화 강세 등에 주요국들보다 크게 상승했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 변동률을 보면 중동사태가 터지기 직전 영업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9영업일 뒤 한국의 환율 상승률은 4.1%에 달했다. 영국(1%), 유로지역(2.6%), 일본(2.1%)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0.3%), 말레이시아(0.9%), 대만(2%), 브라질(2.4%) 등 주요 신흥국들과 비교해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새벽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전장 서울환시 종가보다 6.5원 오른 1501.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이 미국의 휴전안 제안을 거부하면서 국제유가가 낙폭을 줄이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이어 주간 거래도 3.5원 오른 1503.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가 하락폭도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의 주가는 같은 기간 12.1% 하락했는데, 미국은 3%, 영국과 독일은 각각 5.2%, 0.8%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일본은 7.5% 하락했다.
이처럼 다른 주요국들보다 한국 시장이 유독 크게 흔들린 것은 중동지역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7%에 달하는 데다,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한은은 “중동지역 갈등이 장기화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강화가 이어지면서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완화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금리도 유가 상승으로 인해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수록 글로벌 긴축 우려 강화 등으로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중동상황이 장기화하면 국내 경제에 연쇄적으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원가 부담이 늘어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이는 곧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악화와 회사채 차환 리스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종은 중동 지역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물량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으로 원가 상승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재무건전성 저하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경고다.
아울러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중동 사태를 포함한 대내외 충격 발생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진행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테스트 결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동시에 중동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8분기 뒤 시중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8.3%에서 16.7%로 1.6%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지방은행은 15.8%에서 12.7%로 3.1%포인트, 저축은행은 15.7%에서 11.4%로 4.3%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일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서는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성 악화 등에 따라 자본비율이 더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자기자본비율이란 금융기관이 보유한 위험 자산을 자기자금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저축은행에 대해 각각 최소 11.5%, 7%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석유화학·철강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업종 간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질 우려가 있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석유화학·철강 업종의 국내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3분기 0.57%에서 오는 2027년 4분기 1.8%로 세배 넘게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그 외 업종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7%에서 1.37%로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은행의 전체 여신 중 상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여신의 비중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안정상황 설명회’에서 “앞으로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실물경제 등 파급 영향을 유의해야 된다”며 “성장 양극화로 취약 부분의 부실과 자금조달 리스크가 증대될 우려도 있다.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는 약화됐지만 추세적 안정 여부는 지켜봐야하는 만큼 정책 공조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안정 상황점검을 주관한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는 중동 리스크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물가의 상방위험과 성장의 하방위험이 모두 높아진 복합적인 도전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 준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부문의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이에 따른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외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유동성 대응능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