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성향에 채권 시장 선제 반응
실제 인상 기조 전환은 두고봐야
시장소통 줄이면 장기국채 금리↑
‘금융안정’ 방점…CBDC 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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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송(오른쪽)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2023년 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와 대담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고환율·고금리 ‘3고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덮친 가운데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된 신현송 전 BIS(국제결제은행) 통화경제국장의 인사청문 절차가 이번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용주의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불리는 신 후보자가 등판하자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관건은 신 후보자가 학계와 국제기구에서 보여온 학계의 소신을 한은 총재로서 어떻게 구현하느냐다. 특히 한은의 소통 방식, 금리 경로, 금융 안정 등 정책 패러다임 전반에 미칠 변화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매파 성향’에 채권금리 ↑…실제 금리 인상은 ‘미지수’=신 후보자는 총재 후보자 지명 8일 만인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위스에서 귀국했다. 그는 입국 후 취재진과 만나 “엄중한 시기에 지명을 받아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매파 성향’ 등 취재진 질문에는 “내일 말씀드리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신 후보자는 31일 서울 모처에 마련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첫 출근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청문회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시장은 신 후보자가 차기 총재로 지명된 직후부터 들썩이고 있다. 당장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동안 신 후보자의 발언 등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2024년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인상) 기대치가 불안정해지면 낮추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며 “그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안정적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통화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채권 시장은 신 후보자 지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2일 정부의 후보자 지명 직전 거래일인 20일 국고채 3년 금리는 3.410%였는데, 27일에는 3.582%로 0.172%포인트 올랐다. 특히, 26일에는 정부가 5조원 규모의 ‘국고채 긴급 바이백(상환)’ 실시 발표에도 금리는 잠시 하락했다 오후 다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중동사태의 불확실성이 커진 동시에 신 후보자의 매파적 성향이 먼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달 들어 중동사태발(發) 유가 폭등에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도 금리 인상 전망 배경 중 하나다. 이달(27일까지) 주간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489.31원으로 월평균 기준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8년 3월(1488.87원)도 넘어서며 역대 네번째로 높았다. 1997년 12월(1499.38원)과 1998년 1월(1701.53원), 2월(1626.75원) 다음이다. 분기 기준도 올 1분기 평균 환율은 1464.93원으로, 외환위기 당시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가장 높았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원화 가치의 하락폭은 유달리 컸다. 한은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터지기 직전 영업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9영업일 뒤 한국의 달러화 대비 원화 가격 상승률은 4.1%에 달했다. 영국(1%), 유로지역(2.6%), 일본(2.1%)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0.3%), 말레이시아(0.9%), 대만(2%), 브라질(2.4%) 등 주요 신흥국들과 비교해도 오름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신 후보자가 실제로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학계나 국제기구 관계자로서 신 후보자와, 한국 중앙은행의 총재로서의 신 후보자의 고려 사항이나 관점 등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용주의자’로도 통하는 신 후보자는 1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BIS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사태에 대해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look-through)이 교과서적 사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장기적인 시계에서 물가 추이를 보면서 금리 인상을 보다 신중하게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하나…채권 ‘기간 프리미엄’ 오를 수도=신 후보자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금리 제시)’ 운영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8년 BIS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이 정책 준칙을 수립할 때 시장 신호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자기파괴적(self-defeating)’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발언들을 토대로 신 후보자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를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금융통화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내는 점도표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만약 신 후보자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축소할 경우 채권 금리는 보다 더 다양한 지표들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오르면서 장기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뛸 가능성도 있다. 기간 프리미엄이란 만기가 긴 채권에 추가로 요구하는 금리를 의미한다. 채권을 오래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을 금리로 보상해주는 것이다. 켄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금리 경로에 대해 더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수록 장기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현행 기조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 후보자가 지적한 것은 과도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폐해인데 한국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거의 하지 않다가 이제 막 시계를 조금 늘린 수준”이라며 “조건부 전망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신 후보자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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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에 리스크 과소평가”…‘금융안정’ 무게추=신 후보자가 통화정책에서 ‘금융 안정’에 얼마나 힘을 줄지도 관건이다. 신 후보자는 금융 안정과 거시 건전성 분야의 석학으로 통한다. 신 후보자가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벌써 한은에서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금융안정국은 ‘긴장 모드’ 상태라는 얘기도 들린다.
신 후보자는 앞으로 금융사의 과도한 차입 레버리지(확대)를 제약하는 등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그는 은행의 자금 조달구조에서 예금 이외의 외화 차입금, 부채 증권, CD(양도성예금증서), RP(환매조건부채권) 등 소위 ‘비핵심 부채’가 급속히 늘면 금융시스템 취약성이 커진다고 경고해왔다.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사모대출 펀드런’ 사태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살필 가능성도 있다. 사모대출이란 비은행 금융중개회사의 대출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풍선효과’로 투자회사,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사모대출을 급속도로 늘렸는데 최근 환매 요청이 급속도로 늘면서 금융사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수십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금융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수준에서 유지되더라도 금리 인하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 후보자는 2012년 전미경제조사국(NBER)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물가와 생산의 안정은 시장 참가자들이 경제 내 리스크 수준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신용 주도 버블(거품)을 오히려 조장할 수도 있다”며 “버블이 터진 뒤 수습하기보다는 잠재적인 버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leaning against)해야 한다는 논거가 강력해졌다”고 밝혔다.
▶CBDC 박차 전망…스테이블코인 우려 목소리 적극 낼까=한은이 추진하고 있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사업(한강 프로젝트)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지금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강 프로젝트는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신 후보자는 최근 BIS에서 중앙은행의 신뢰를 토대로 한 토큰화된 화폐(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한강 프로젝트 자체도 신 후보자에게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후보자는 2023년 BIS 보고서에서 토큰화된 화폐의 주요 기능으로 ▷여러 작업을 한번에 할 수 있는 결합성(composability) 확대 ▷스마트 계약을 통한 조건부 작업 수행 등을 꼽았다. 다만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민간의 토큰화된 화폐들은 화폐의 기본원칙인 단일성(어디서나 같은 가치)을 파괴하고, 경제의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수 있고, 자금세탁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대신 그는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CBDC를 통해 이런 부작용들을 낳지 않으면서도 토큰화된 화폐의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상반기 중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은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기관용(도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실험 참여 금융기관 등은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금융소비자가 이를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는 작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실 한은이 성격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서 강하게 목소리를 낼 위치는 아니지만 지난해부터 한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반대하는 대표 주자가 됐다”며 “평소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신 후보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