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짓값 잡겠다” 대통령 지시에 투기 근절 드라이브
불법 적발 6개월 내 처분…미이행 땐 25% 이행강제금
농협 구조개편…농협회장, 187만 조합원 직선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다음 달 농지 투기 근절을 위해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이어 8월부터는 투기 의심 농지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유예 없는 처분명령을 내리는 등 고강도 규제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약 1100여명의 조합장만 투표해 대표성 부족과 금권선거 우려가 제기돼 온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약 187만명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바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안과 농협 개혁방안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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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전국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달 2일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 구역이 들어서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월 24일 부동산이 문제로 농지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비싸다면서 농지 전수조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연합] |
이번 전수조사는 농지 투기 확산과 가격 상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농지가 시세차익 수단으로 변질되며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하고 청년농·귀농인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도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돼 가격이 비싸졌다고 지적하며 전수조사 검토를 지시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농지 매각명령까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농지 가격이 높아 귀농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 안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는 1948년 이승만 정부가 농지개혁을 추진하며 실시한 전국 농지실태조사 이후 78년 만이다. 다만 당시에도 전 토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아니었던 만큼 이번 조사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경지면적은 약 150만㏊(헥타르·1㏊는 1만㎡)로 국토의 15%를 차지하며, 휴경지와 시설물 설치 등을 포함한 전체 농지 면적은 195.4만㏊로 추산된다.
조사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1단계에서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약 115만㏊를 대상으로 한다. 5월부터 행정정보와 드론·항공사진,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해 의심 농지를 추출하고 8월부터는 현장점검에 착수한다.
점검 대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수도권 전 지역, 경매 취득자, 농업법인·외국인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농지, 관외 거주자 소유 농지 등 10대 투기 위험군으로 좁혀 집중 점검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비 588억원을 투입하고 약 5000명 규모의 조사 인력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2단계로 1996년 이전 취득 농지 약 80만㏊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 전체 농지 데이터베이스(DB)를 현행화한다. 1996년 이전 취득 농지는 농지법 시행 당시 처분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조사를 통해 실제 소유와 이용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조사의 핵심은 불법 이용 적발과 처분 강화다. 무단 휴경,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등을 중점 점검하고 유형에 따라 행정처분과 계도 조치를 병행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유예 없는 처분명령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거짓·부정 취득과 농업법인의 투기적 수요에 적용해 온 6개월 내 처분명령 및 미이행 시 토지가액의 25%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단 휴경과 불법 임대차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단발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농지보전부담금 정상화와 농지보전총량제 도입 등 구조적 제도 개선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농지를 투기 대상이 아닌 생산 수단으로 되돌리고 가격 안정까지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농식품부는 “정상적으로 영농에 종사하는 농업인의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조사 방식을 설계하고 관련 단체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농협 개혁도 추진된다. 1100여명의 조합장만 투표하던 중앙회장 선거는 약 204만명 중 중복 가입자를 제외한 187만명 조합원이 참여하는 1인 1표 직선제로 바뀐다. 이는 중앙회장의 막강한 영향력에 비해 제한된 선출 구조를 개선해 조합원 참여를 확대하고 ‘조합원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 제도는 2028년 3월 차기 회장 선거부터 적용되며, 장기적으로는 2031년부터 조합장 선거와 동시 실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직선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된다. 비농업인이나 주소·거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등 무자격 조합원은 정비 대상이며 모든 조합에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의무화된다.
동시에 중앙회장의 권한 집중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구조를 재검토하고 사외이사를 통한 견제 기능을 강화한다. 퇴직자의 중앙회 및 계열사 재취업을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선거 정치화 방지를 위한 피선거권 요건 강화도 검토된다.
한편 당정은 이날 농업 분야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시설농가 난방용 유류 지원과 무기질비료 지원 확대 등 보완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전날 중동 전쟁에 따른 농가 경영 부담과 민생 안정을 위해 농업 분야 8개 사업에 2658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