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취약지에선 “출근 어렵다” 반발
취지는 이해하나 획일적 정책에 불편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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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세종청사 내에 게시된 차량 5부제 안내 사진. 김용재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학생들도 통학버스 타고 다니는 학교인데 교사들한테는 차 갖고 오지 말라니요.”
최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한 중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차를 가져갈 수 없는 날’을 둘러싼 불만이 쏟아졌다. 읍 단위에 있는 이 학교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다. 재학생들을 태우는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곳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는 도보로 20분 이상 걸린다. 버스도 있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한 번 놓치면 30~50분을 기다리기 일쑤다. 대중교통으로는 이래저래 출퇴근이 어렵다고 이 학교 직원들은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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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한 중학교 주차장의 모습. [독자 제공] |
이 학교 교사 A씨는 “출근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하고 조금만 어긋나면 지각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차를 못 가져오는 날은 출근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학생들도 통학버스를 타고 다닐 정도로 교통이 열악한 지역인데 교사들까지 차량 이용을 제한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버스 대신 택시를 타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과연 에너지 절감 취지에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동료 교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정부는 30㎞ 이상 장거리 출퇴근 차량은 5부제 예외 대상으로 공지했다. A씨는 “집이 학교에서 28㎞ 정도 떨어진 선생님도 있는데, 30㎞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차량 5부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며 “기준이 너무 빡빡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공공기관 차량 5부제가 국공립 초·중·고 교직원까지 확대되면서 교육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의 차량은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 운행이 제한된다.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몰고 오면 출입 통제나 징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읍·면 지역 학교는 구조적으로 자차 의존도가 높아 대체 수단이 부족하다.
교사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교사는 “출장이 잦은데 출장 갈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건 처음 본다”며 “이 정도로 막무가내식 지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교사는 “버스가 30분~1시간 간격인데 차를 못 쓰면 출근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라며 “징계까지 언급되는 건 과도하다”고 적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단속 범위를 둘러싼 불안도 커지고 있다. “기관 내 주차장뿐 아니라 인근 주차장까지 점검한다는 얘기가 있다”, “공문이 애매해 학교가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원을 넣어도 ‘학교 재량’이라는 답만 돌아온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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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올라온 차량 5부제 하소연 글. [독자 제공] |
외부 인력의 부담도 현실화하고 있다. 방과후 강사 등은 차량 반입이 제한되거나 주차가 금지되면서 외부 주차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편도 20~30㎞를 이동하는 강사들에게는 사실상 수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 등 도심권 학교는 교통 대안이 있으니 상황이 낫다. 일부 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2부제를 운영하는 까닭에 큰 영향을 받지 못하는 교사들도 있다. 양천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 전모(28) 씨는 “우리 학교는 급식실 공사로 원래도 주차 공간이 부족해 2부제로 운영해 왔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이 교문 앞에서 직접 확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율적으로 느슨하게 운영하는 분위기”라며 “선생님들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느 정도는 감수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운용 과정에서의 행정 부담과 운영 혼선도 적지 않다. 차량 5부제는 대중교통 열악 지역·장거리 출퇴근 등 조건에 해당하면 제외가 가능하지만, 이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이 주민등록초본 등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학교 단위 일괄 적용이 아닌 개인 단위로 처리되면서 행정실 업무도 많이 늘어난 상태다. 용인시 처인구 중학교 교사 A씨는 “학기 초라 학교 자체가 바쁜데 행정실 직원들도 업무가 추가되고, 상담 업무가 밀려있는데 주민등록등본을 떼고 기타 서류 스캔을 떠야했다”며 “어떤 학교는 학교 자체적으로 차량 5부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왜 우리만 이렇게 번거로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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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를 비롯한 전국 공공기관서 공공부문 차량 5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같은 제도라도 학교별 운영 방식은 갈린다. 특히 인구가 30만명 미만인 지자체의 경우 학교 내 에너지절약 추진위원회에서 5부제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다만 적용 범위를 두고 현장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선 ‘어떤 학교는 아예 5부제를 적용 안 한다더라’는 소문도 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참여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준은 시·군 단위로 적용되기 때문에 용인처럼 인구가 많은 지역은 해당하지 않고 연천군 등 일부 지역만 적용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육청 관계자는 그러면서 “일부 학교가 통째로 5부제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교직원 전원이 장거리 출퇴근 등 제외 조건에 해당해 결과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라며 “제도 밖에서 운영되는 학교는 없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 교사들은 일종의 ‘교통 약자’로 볼 수 있다”며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민원이 발생하는 집단에 대해 예외를 허용하는 등 행정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