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토 기반 검색·추천·콘텐츠 통합
카플레이·안드로이드오토와 경쟁
현대자동차 순정 내비게이션 화면에 벚꽃 명소가 검색돼 눈길을 끈다. 단순한 계절형 콘텐츠가 아닌 차량용 소프트웨어(SW)를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IT 서비스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는 최근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 ‘루토’를 통해 벚꽃 시즌에 맞춘 테마형 서비스를 선보였다. 향후 현대차·기아 순정 내비게이션 지도는 루토(routo)를 기반으로 3D 벚꽃나무 그래픽을 구현할 예정이다. 기존처럼 사용자가 목적지를 검색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주변 벚꽃 명소와 맛집, 카페 등을 함께 추천하는 구조다.
내비게이션 화면에 벚꽃이 등장한 배경에는 단순한 계절형 이벤트 이상의 전략이 담겨 있다. 길 안내 기능에 머물던 내비게이션을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현대오토에버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운전자들은 스마트폰 포털이나 지도 앱에서 명소를 찾은 뒤 이를 차량에 입력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가 자체 개발한 루토는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을 차량 내부에서 한 번에 해결하도록 설계됐다.
봄 벚꽃부터 여름 바캉스, 가을 단풍, 겨울 크리스마스까지 사계절 이동 수요에 맞춰 큐레이션 콘텐츠가 교체되는 구조로, 연중 반복 가능한 서비스 모델을 갖춘 점도 특징이다.
하나의 지도 안에 ‘여행 일정 전체’를 담아내는 구조로, 사용자 경험을 단순화하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내비게이션의 역할이 ‘길 찾기’에서 ‘경험 추천’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변화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흐름과 맞물려 있다. 차량이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내비게이션 역시 커넥티비티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애플 카플레이·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완성차 자체 운영체제(OS) 간의 인카(In-Car) 주도권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차량 내부에서 검색·추천·결제까지 이어지는 독자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루토는 단순 내비게이션을 넘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비티, 정밀지도 등을 결합한 통합 서비스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현대오토에버의 SW(소프트웨어) 부문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차량 SW 매출 성장률은 2022년 72.9%, 2023년 27.9%, 2024년 25.8%로 고속 성장해왔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82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에 그쳤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비게이션 고도화와 SDV 관련 차량용 기본 소프트웨어(미들웨어) 확대 적용이 맞물리면서 소프트웨어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급격한 성장보다는 안정적인 두 자릿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이 단순 기능에서 벗어나 차량 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차량 안에서 발생하는 검색과 소비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