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대란 어디까지…“재고로 버티는 것도 한계” 문구·침대 등 ‘전방위 확산’ [중기+]

문구 업계 타격…학용품 등 영향
침대 업계도 매트리스 수급 차질
인테리어 건자재 업계도 ‘좌불안석’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정박해 있는 선박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지금까진 재고로 버텼지만, 각종 학용품부터 포장재까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입니다.”

국내 대형 문구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중동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안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14일 문구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품 생산공장들은 최근 나프타 수급 불안 영향으로 25% 인상된 청구서를 보내고 있다. 볼펜에서부터 노트 겉면 코팅제까지 다양한 제품에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폴리프로필렌(PP)·저밀도폴리에틸렌(LDPE)·폴리염화비닐(PVC) 등이 쓰인다.

게다가 나프타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의 근심은 더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은 26척에 달한다. 호르무즈 봉쇄 이후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국내 주요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60~65%에 그치는 상황이다.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단가는 지난달 20일 기준 톤당 각각 1171달러, 14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말 대비 각각 83.0%, 109.6% 급등한 수치다.

납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문구업계의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문구 업계는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전환의 영향으로 수년째 경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모나미의 경우 2023년 적자 전환 이후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45억원으로 적자 폭이 매년 확대되고 있고, 모닝글로리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7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극성수기인 신학기가 지났기 때문에 일단 재고로 버티는 상황이지만, 향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침대 매트리스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


침대업계에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침대업체들은 다음 달부터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스펀지 수급 차질에 비상이 걸렸다. 매트리스에 사용되는 스펀지도 나프타를 가공한 폴리우레탄 폼이 원료다. 한 대형 침대업체 관계자는 “스펀지의 경우 부피가 크기 때문에 한 달씩 재고를 확보하는 상황”이라며 “다음 달부터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침대업계 역시 최근 건설경기 악화와 부동산 정책 등의 영향으로 부진을 겪고 있어서 진퇴양난이다. 경기 침체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잿값이 상승하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실적이 또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침대업계 관계자도 “매트리스뿐만 아니라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프리미엄 침대에 들어가는 고급 자재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건자재·인테리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창호·배관·바닥재 등 건설·제조 전반에 PVC가 활용되고, 나프타로부터 얻은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원료로 하는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는 고급 인테리어 판재와 투명 창·칸막이 등에 쓰인다. 대형 기업들은 당분간은 기존 재고로 버티기가 가능하지만, 5~6월까지 전쟁이 계속될 경우 건설사 납기일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한 건자재 기업 관계자는 “수급 조절을 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라며 “대형 업체들은 재고가 확보된 상태라 좀 낫지만, 소형 기업들은 납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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