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도 떠난다” LA 인구 급감…1년 새 5만4천명 ‘이탈’

Los Angeles downtown skyline evening
할리우드쪽에서 바라본 LA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adobestock]

세계적인 메트로폴리스이자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로스앤젤레스(LA)가 전례 없는 ‘인구 절벽’ 위기에 직면했다. 치솟는 주거비와 치안 악화, 그리고 삶의 질 저하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정든 도시를 떠나면서 LA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멈추지 않는 인구 감소…”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

미 연방센서스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1년 새 약 5만4천 명의 인구가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주민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400만 명을 육박하며 미국 제2의 도시로서 위상을 과시했던 LA시의 인구는 이제 ‘심리적 마지노선’이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출생아 수 감소와 사망률 증가라는 자연적 요인 외에도, 타 주(州)나 인근 지역으로의 ‘순유출’ 인구가 유입 인구를 압도하고 있다.

2024년 약 9만2천 명이던 순유입 인구는 2025년 2만9천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미 연방정부의 이민 규제 강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타주로의 인구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약 10만5천 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순유출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고착화될 경우, 노동력 부족은 물론 세수 감소로 인한 공공 서비스 질 저하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숨 막히는 집값·세금에 지쳤다”…중산층의 이탈

LA를 등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단연 ‘살인적인 주거비’가 꼽힌다. LA의 평균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미국 내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산층조차 수입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높은 개인 소득세와 물가, 그리고 팬데믹 이후 더욱 심각해진 노숙인 문제와 강력 범죄 증가 등이 ‘탈(脫) LA’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텍사스나 애리조나로 이주한 사람들은 “LA를 사랑하지만, 이곳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털어놓았다.

◇ 인구 구조 변화가 가져올 ‘회색빛 미래’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은 층과 전문직 종사자들의 이탈이다. 혁신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LA에서 청년들이 사라지면서 도시의 역동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본사 이전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LA 시 당국은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와 치안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미 시작된 인구 유출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LA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몰려드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도시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지 않는다면 ‘천사의 도시’라는 명성은 옛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덕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