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지킨 7급 곧장 6급…임광현 국세청장 ‘성과 인사 실험’

개청 60년만에 인사 개혁..동료들이 직접 뽑은 실력자
2만명 중 56명 선발, 357대 1 경쟁률
비밀금고 USB 찾고 내연녀 주소지 잠복까지


임광현 국세청장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국세청이 개청 이후 처음으로 직원 참여형 블라인드 평가를 도입한 성과 중심 특별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은닉재산 관련 소송에서 승소해 국고 손실을 방지한 7급 조사관이 연차 상관없이 6급으로 승진하는 등 연공서열을 배제하고 실적 중심의 승진자가 속출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전날 2026년 상반기 수시 승진 인사를 실시하고 5급 이하 직원 약 2만 명 가운데 56명을 특별승진자로 확정했다. 경쟁률은 약 357대 1로, 상위 0.3% 수준이다.

대구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 정수호 조사관(7급)은 행정소송 5년 2개월, 민사소송 4년 8개월 동안 단 한 건도 패소하지 않았고, 은닉재산 제보에 관한 소송 승소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국가 재산을 지킨 점이 반영돼 6급으로 승진했다. 통상 10년 걸리는 한 급수 승진이 5년 만에 이뤄졌다.

중부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 한효숙 조사관(6급)은 양도 잔금 수백억 원을 자금 세탁한 뒤 내연녀 아들 주소지에 숨어 지내던 고액 체납자를 추적해 징수 성과를 올린 점이 인정돼 5급으로 승진했다.

같은 청 조사3국 고영욱 조사관(6급)은 제약회사 세무조사에서 임원 비밀금고 내 현금과 은닉된 USB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리베이트 제공의 결정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고 비자금을 적출해 법인세를 추징하면서 5급으로 승진했다.

이번 특별승진은 5급 이하 직원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세무서·조사국 1차 선발과 지방청 심사를 거쳐 본청이 최종 선발하는 3단계 검증 절차로 진행됐다. 단계마다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처럼, 전국 단위 평가를 통해 최종 56명이 선발됐다.

선발 과정은 기존 연공서열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운영된 것이 특징이다. 종전에는 정기 승진 시 일정 비율을 연공서열 등에 따라 특별승진으로 배분해 왔지만, 이번에는 실적 평가를 중심으로 선발이 이뤄졌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처럼 오직 인사 대상자들의 실력으로만 겨뤄졌다는 것이 국세청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세무서·지방청 추천, 본청 전문평가에 더해 직원 대표와 무작위로 선정된 직원이 참여하는 블라인드 평가를 포함해 총 3단계 절차를 적용했으며, 단계별 결과도 공개됐다.

이번 특별승진은 성과 중심 인사 원칙을 강화하려는 임광현 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청장은 간부회의에서 “청장인 나부터 인사권을 내려놓겠다”며 “성과에 기반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에 따라 승진 인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다단계 검증과 블라인드 평가를 도입해 조직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세무서와 지방청 추천, 본청 심사, 직원 참여 평가를 거치는 구조다.

인사 과정에서 청장은 물론이고 인사 권한을 가진 각 지방국세청장의 개입을 배제하고 절차 중심으로 운영됐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심지어 임 청장은 본인에게 인사청탁을 해온 이들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줬다는 내부 전언도 있다. 조직 관리에 대한 임 청장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역량 있는 공무원에 대한 획기적인 승진 등 공직사회 활력을 높이는 방안 이행을 지시해 왔다.

임 청장은 “앞으로도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운영을 통해 성과 중심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세정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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