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방적 ‘휴전연장’ 전격 발표 속내는?

‘2주 휴전’ 종료 직전 2차협상 불발…트럼프 “통일된 협상안 나올 때까지 휴전 유지”

시간 벌기 전략 해석…이란핵·호르무즈 핵심쟁점 간극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과 이란의 21일(현지시간) 2차 종전 협상이 불발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무기한에 가까운 ‘협상 기간 중 휴전 유지’를 선언했다.

자신이 제시한 휴전 종료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조치로, 당장 미국의 대(對)이란 인프라 공격 및 확전 우려는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일단 파국은 피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기에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지도부와 협상 대표단이 통일된 협상안을 제시하고, 협상이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에 이를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측으로부터 공격을 유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제안이 제출되고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종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휴전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란 국영방송은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란이 2차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끌 예정이던 JD 밴스 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도 취소됐다.

그동안 합의 불발 시 군사행동 재개를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무기한 휴전을 선언한 배경에는 휴전 만료를 앞두고 2차 종전 협상이 불발된 상황에서 군사행동 재개에 따른 부담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앞서 예고한 대로 이란 발전소와 교량 등 주요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은 데다, 국제 유가 충격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거기에다 이란이 반격에 나설 경우 양측 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출구 전략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 및 확전은 트럼프 2기 후반부 의회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에도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판단일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서는 휴전 연장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등 압박 수단을 유지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군에 (호르무즈) 봉쇄를 지속하고, 그 외 모든 면에서 준비 태세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 관련 행보가 일관성이 부족한 갈지(之)자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 발전소와 교량 등 주요 인프라 공격을 예고했다가 수차례 시점을 늦추거나 번복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 이란에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인프라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이후 23일 닷새 유예, 26일에는 열흘 유예에 이어 이달 5일엔 하루 추가 연기하는 등 공격 시점을 늦춰왔다.

이달 7일 ‘2주 휴전’을 발표한 뒤에도 당초 21일로 예상됐던 종료 시점을 22일로 하루 늦췄고, 이날 휴전 연장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휴전 기간을 연장할 생각이 없다면서 합의 불발 시 “(이란) 폭격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군은 출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2차 협상 불발이 확실해지자 곧바로 휴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에 따라 일단 양측은 종전을 위한 물밑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핵심 쟁점인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과 우라늄 비축분 처리 문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가 여전해 합의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군사적 긴장을 자극하는 변수들도 잇따르고 있어 종전 합의 타결 전까지 아슬아슬한 휴전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 입구인 오만만에서 이란 남부 반다르 아바스로 향하던 이란 화물선을 사격하고 나포한 데 이어 전날 인도태평양에서 이란 연계 유조선 티파니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를 통해 미국의 해상 봉쇄를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이는 휴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이란 상선 나포에 대해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을 인질로 잡는 것은 (항구 봉쇄보다) 훨씬 더 중대한 위반 행위”라고 규탄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에 무기를 지원한 개인과 단체 등에 대해 이날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등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을 향해 로켓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 위반을 주장하는 등 역내 충돌 우려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스스로 휴전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 여론과 주변국 관계, 군사적 피해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대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지만, 협상 진전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갈등 요인이 누적돼 긴장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협상 압박 수단으로 계속 활용할지, 협상 재개를 위해 일부 완화할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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