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수소트램 달리는데…보조금 등 수소철도 지원법 표류 [수소철도 패권 경쟁]

충전비, 車 ‘반값’ VS 철도 ‘전액 부담’
기술 앞서가는데 ‘보조금 공백’
연료비는 고공행진에 상용화 ‘걸림돌’
시민·지자체 운영비 부담 현실화 우려


대전시 도시철도 2호선 수소트램 이미지. [대전시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내 도심을 달릴 수소트램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연료비를 뒷받침할 정부 보조금 제도는 여전히 ‘공백’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과 실증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상용화 단계에 필수적인 운영 지원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소 철도차량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채 상임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당 법안은 수소 연료 생산과 운영, 노후 차량 전환 등에 필요한 재정 지원 근거를 담고 있지만, 입법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다음 상임위에서 소위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지만, 실제 논의 여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지연과 달리 현장 도입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전시는 2028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총사업비 1조5069억원을 투입해 수소트램 건설을 추진 중이다. 총연장 38.8㎞, 정거장 45개 규모로 완공 시 세계 최장 노선이 될 전망이며, 차량 제작과 충전 인프라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력선 없이 수소로 200㎞ 이상 주행하는 ‘무가선 방식’으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울산도 도입에 나섰다. 2029년 개통을 목표로 634억원을 들여 9편성 차량을 제작 중이며, 태화강역~신복교차로(10.85㎞) 구간에 정거장 15개를 조성한다. 지하철 건설이 어려운 지역 특성상 지상 트램이 대안으로 선택됐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부산, 제주, 성남 역시 수소전기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경원선·교외선의 수소전기동차는 아직 실증 단계로, 내년부터 약 1년간 시험 운행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운영비’다. 수소 가격이 여전히 높아 보조금 없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향후 요금이 다른 대중교통수단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커지고, 이용률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소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수소 평균 가격은 1㎏당 1만311원으로, 정부 목표치(6000원)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생산단가는 2500~4500원 수준이지만 운송비가 더해지며 최종 판매가격이 높아지는 구조다. 수소 가격은 연평균 약 2.1% 상승해 오는 2031년에는 1만1451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시장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가격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면, 현재 국내에서는 수소차와 수소선박에 대해서는 연료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수소버스는 ㎏당 5000원, 화물차는 4100원, 택시는 3700원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 사실상 절반 가격에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철도차량은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수소철도 지원법이 통과되면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바람직하다”며 “수소가 친환경 연료로 인정돼 자동차 등에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철도 분야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지자체가 운영비를 상당 부분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요금 책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시민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높은 연료비와 중앙정부의 지원 부재에 수소철도를 검토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철도 관련 검토나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초기 공사비와 충전소 설치비 부담이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법안이 통과돼 정부 지원이 이뤄질 경우, 수소버스 사례를 감안하면 연료비의 약 40~50% 수준을 보전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소버스는 현재 ㎏당 약 5000원의 연료보조금을 받아, 평균 수소 가격(약 1만원)의 절반 수준을 지원받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수소트램 역시 도입 이후 연간 70억~90억원 규모의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소트램이 2023년 11월 실증 시승행사를 위해 울산시 남구 매암동 울산항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울산시 제공]


해외 주요국들도 수소철도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독일은 국가수소전략을 통해 차량 개발과 인프라 구축 중심의 지원에 그치고 있고, 미국 역시 세액공제 등으로 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는 간접 지원에 집중하는 등 연료비 등 운영 단계 지원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철도에서도 초기 단계부터 과감한 지원을 통해 상용화 경험을 축적할 경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철도가 미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수소열차(트램) 사업 개요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실제 지원 부족에 따라 상용화가 좌초된 사례도 있다. 중국에서는 CRRC(중국중차)가 2019년 7월 광둥성 포산시에서 세계 최초 수소전기트램 운행을 시작했지만, 높은 연료비와 수요 부족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운영사 가오밍모던레일(GMR)은 2024년 9월 해당 노선 운행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소철도 시장의 초기 단계로, 누가 먼저 상용화 경험을 쌓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국내도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운영까지 이어지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는 국민의 발 역할을 하는 핵심 교통수단인 만큼, 개별 이동수단인 자동차보다 오히려 공공성 측면에서 지원 명분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