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황제’ 일생은 아름답기만 했나 [리뷰]

13일 개봉 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 ‘마이클’
인디애나 소년에서 ‘팝의 황제’ 등극 여정
친조카가 연기…주요곡과 무대 완벽 재현
논란 빠진 반쪽 서사…“미화에 치중” 비판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영화 ‘마이클’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검은 구두에 흰 양말의 조합이라는 ‘패션 금기’가 허락된 유일한 사람. 무대를 쉼 없이 누비는 발재간만으로도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남자.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 지난 오늘, 그의 전기를 다룬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팝의 황제’라는 무거운 왕관을 쓰고서, 팝의 역사를 새로 써낸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영화다. 오차 없이 재현된 마이클의 춤과 노래,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영화 ‘마이클’이다.

오는 13일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마이클’은 춤과 노래를 사랑했던 한 소년이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로 데뷔해 1988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역사상 최다 판매 앨범 1위인 ‘Thriller’(1982)에 이어 ‘Bad’(1987) 활동기로 이어지는 마이클의 전성기까지가 영화의 내용이다. 영국 밴드 ‘퀸’의 전기 영화이자 전 세계적 사랑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든 그레이엄 킹이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무대로 향하는 검은 수트 차림의 한 남자의 뒤를 따라가는 카메라 앵글로 문을 연다. 허리에 찬 벨트와 액세서리, 발목이 드러난 검정 팬츠 아래에 살짝 주름진 흰 양말, 그리고 검정 구두.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이클의 뒷모습과 함께 영화는 1966년 미국 인디애나주 개리의 한 가정으로 무대를 옮긴다.

마이클 그 자체…천재 소년이 ‘팝의 황제’가 되기까지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마이클과 형제들이 노래하는 것을 무섭게 쏘아보는 아버지 조셉 잭슨. “이 세상엔 승자 아니면 패자뿐”이라 믿는 그는 자식들을 잭슨 파이브란 이름으로 데뷔시켜 승자의 길로 떠민다.

다섯 형제들 사이에서도 마이클은 유독 두드러진 재능을 보인다. 공연하러 다니던 그들은 음반 제작사인 ‘모타운’의 눈에 띄어 정식 데뷔의 길에 오른다. 데뷔곡 ‘I Want You Back’(1969)에 이어 ‘ABC’(1970)가 초대형 히트를 하며 잭슨 파이브는 스타덤에 오른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룹 활동 중 마이클이 본격적인 개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9년. 앨범 ‘Off the Wall’(1979)로 마이클은 솔로 가수로 홀로서기에 성공한다.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멈추지 마, 충분히 느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앨범 ‘Don’t Stop ’Til You Get Enough’ 가사 중)

마이클의 꿈과 재능, 음악적 성취는 끝을 모르고 내달린다. “내 음악을 하니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렇게 앨범 ‘Thriller’로 이어지는 희대의 명곡들이 세상에 등장한다.

‘Billie Jean’(1983), ‘Beat It’(1983), ‘Thriller’(1984) 등 싱글로 순차 공개된 그의 노래는 전 세계를 뒤흔든다. 이어 7회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웸블리 스타디움 ‘Bad’ 월드 투어 현장. 마이클의 무대를 본 팬들이 쓰러져 실려 나가고, 멈추지 않는 환호성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그의 음악으로 완전히 채워진 무대는 그 자체로 ‘마이클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명실상부한 팝의 황제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는 마치 마이클 잭슨이 살아난 듯 생전 그의 모습과 무대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마이클 역은 그의 실제 조카인 자아파 잭슨이 맡았다. 연기 경력이 전무한 자아파 잭슨은 남다른 노력과 재능으로 커리어의 공백을 메워낸다. 2년간 춤 연습을 하며 마이클의 모든 것을 체득했다. 외형만이 아니라 마이클의 몸짓에 녹아 있는 특유의 리듬감까지도 살려낸 점이 놀랍다. 덕분에 자아파가 연기한 마이클은 관객들이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마이클의 음악과 무대다. 영화는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차근히 마이클의 음악적 성취를 따라간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여정을 선사한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설계된 무대와 오차 없이 구현된 마이클의 공연은 향수와 감동을 불러온다.

실제로 작품 중 ‘Thriller’ 뮤직비디오 촬영 신은 당시 촬영지와 같은 거리에서 촬영됐고, ‘Billie Jean’을 선보인 무대 역시 실제 공연 장소를 기반으로 재현됐다. 공연 신의 경우 지나치게 자주 객석을 비추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라이브 영상을 보면 그에 대한 의문은 쉽게 해소된다.

무대는 반갑고 마이클 잭슨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마이클 잭슨을 둘러싼 논란들이 송두리째 빠졌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힘도 약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마이클이라는 인물의 삶과 내면 그 어느 것도 충분히 비추지 못하며 ‘전기 영화’라는 임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물에 대한 탐구·사생활 논란 빠진 ‘미화된 전기’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는 마이클의 인생 그 자체라기보다, 최대치로 미화된 신화적 이야기에 가깝다. 타고난 음악적 천재성을 지닌 한 인물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전설적인 가수가 되기까지의 여정 속에서, 유일하게 두드러지는 위기는 이미 잘 알려진 아버지 조셉 잭슨과의 갈등뿐이다.

마이클은 생전 여러 인터뷰에서 엄격한 환경과 공연 중심의 삶으로 인해 정상적인 유년기를 보내지 못했고, 그것이 성인이 된 이후의 정서와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아버지의 억압에 떠밀려 보통의 ‘아이처럼’ 지내지 못했던 마이클의 어린 시절은 결국 성인기의 서사로 확장하지 못한 채, 영화에서 그저 위대한 일대기의 일부로 소비되는 데 그친다. 작 중 수차례 등장하는 동화 ‘피터팬’의 역할도 거기까지다. 미소로 일관하는 그의 표정 뒤에 감춰져 있었을 요동치는 감정과 반항심, 혹은 음악적 열정을 깊게 비추려는 노력도 없다.

성공한 음악적 천재의 명성만큼이나 시끄러웠던 그의 사생활 논란들도 대부분 배제됐다. 1984년 펩시 광고 촬영 중 발생한 화재 사고로 마이클이 진통제에 의존하게 된 문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약은 안 된다”는 대사와 함께 철저히 ‘자의가 아님’에 초점이 맞춰졌다. 영화의 설정상 사생활 논란, 특히 아동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던 1990년대의 이야기도 시기상 모두 빠졌다. 아마도 가장 궁금하고, 마이클의 인생에서 가장 굴곡이 심했던 시기를 다루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다.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원래 영화는 마이클의 삶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이자, 그가 아동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직후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내용들은 최종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고, 제작진과 배우들은 약 3주 동안 재촬영을 통해 기존 장면의 일부를 보완했다. 최대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한 것은 마이클 잭슨의 유산 관리단이었다.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 역시 마이클의 아들 프린스 잭슨이다.

실제 마이클의 딸 파리 잭슨은 자신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팬덤만을 위한’ 이 영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할리우드의 전기 영화는 허구가 사실처럼 소비되고, 과장과 왜곡으로 서사가 통제되며, 부정확하거나 노골적인 거짓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아쉬운 서사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유니버설 픽처스에 따르면, 영화 ‘마이클’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뛰어넘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북미 개봉 10일 만에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4억2392만달러(한화 약 6235억원)를 돌파했다.

SNS에 올라온 마이클의 과거 라이브 공연 영상에는 영화를 보고 달려온 팬들의 애틋한 댓글이 가득하다. 이 모든 걸을 차치하고서, 온몸이 짜릿해지는 ‘Beat it’의 비트, 닐 암스트롱의 위대한 한걸음 못지않은 마이클표 ‘문워크’를 다시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존재 이유를 다 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앤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영화는 “이야기는 계속된다(The story continues)”며 속편을 예고한다. 못다 한 이야기들에 기대를 건다.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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