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열의 생생건강S펜] “스텐트 시술=아스피린 평생 복용, 공식을 바꿀 새 약물기전은?”

스텐트 시술 환자 5,438명 대상 ‘단일 항혈소판제’비교 대규모 최장기 추적 연구
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 대비 혈전 31%·출혈 27% 발생 위험 낮추며 우월성 확인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 최신호 게재…세계 치료 지침 개정 이끌 핵심 성과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수십 년간 세계적인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던 ‘스텐트 시술 후 아스피린 평생 복용’ 관행을 바꿀 결정적인 임상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비교한 대규모 최장기 10년 추적 관찰을 통해, 단일 항혈소판제로서 클로피도그렐의 우월성을 입증했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물어보는 말이 있다.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 “아스피린은 평생 먹어야 하나요?” 왜냐하면 스텐트 시술이 끝났다고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약물치료가 재발 예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환자가 이런 질문을 할때 의사들이 하는 정답은 스텐트 시술후에는 ‘아스피린을 평생 복용해야한다’였다. 예를들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은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치료이지만 혈관 안쪽은 여전히 죽상경화가 남아 있을 수 있고, 혈소판이 쉽게 뭉쳐 혈전이 생기면 다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시술 후에는 보통 일정 기간 ‘이중 항혈소판요법’을 사용한다. 즉, 두 가지 항혈소판제를 함께 쓰다가, 이후에는 한 가지 약만 유지하는 단일 항혈소판요법으로 넘어가게 되는것이 보통이다. 이런 장기 유지 치료는 재심근경색, 뇌졸중, 스텐트 관련 혈전,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재발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최근까지는 오랫동안 많은 환자들이 스텐트 시술 후 장기 유지약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했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익숙하고 널리 사용되는 약이지만, 위장관 출혈이나 멍, 출혈성 합병증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다른 약재인 ‘클로피도그렐’은 다른 기전으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약이다. 예전에는 주로 아스피린과 함께 쓰는 약으로 생각되었지만,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장기 단일요법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결과가 쌓여 왔다. 최근 대한심장학회가 10년 추적 연구를 보면, 시술 후 안정기에 들어간 환자에서는 장기 단일 항혈소판제로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수십 년간 세계적인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던 ‘스텐트 시술 후 아스피린 평생 복용’ 관행을 바꿀 결정적인 임상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비교한 대규모 최장기 10년 추적 관찰을 통해, 단일 항혈소판제로서 클로피도그렐의 우월성을 입증했다. 클로피도그렐이 전체 임상 사건(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 등)은 물론, 혈전 및 출혈 발생 위험까지 아스피린보다 유의하게 낮춘 것이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 교수, 순환기내과 강지훈·양한모·박경우 교수, 보라매병원 박성준 교수 연구팀은 스텐트 삽입술 환자 5,4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HOST-EXAM RCT) 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란셋(The Lancet, IF=88.5)’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병이다. 좁아진 혈관을 넓히기 위해 스텐트를 삽입하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이 표준 치료법으로 쓰인다. 시술을 받은 환자는 혈관이 다시 막히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보통 시술 직후에는 두 가지 약을 함께 쓰지만, 상태가 안정되면 평생 한 가지 약만 복용한다. 그동안 국제 진료지침은 이 단일 항혈소판제로 아스피린을 전통적으로 우선 권고해 왔다. 최근 클로피도그렐의 우월성이 대두됐으나, 두 약제의 장기적 효과를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연구가 전무해 명확한 임상 근거가 부족했다.

이에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37개 의료기관에서 스텐트 시술 후 이중 항혈소판제 요법을 유지하며 6~18개월간 재발 없이 상태가 안정된 환자 5,43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단일 항혈소판제 요법의 장기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이들을 아스피린군과 클로피도그렐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최초 무작위 배정된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분석(ITT)에서 클로피도그렐군이 아스피린군보다 더 우월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1차 평가 지표인 ‘전체 임상 사건(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급성관동맥증후군 재발 입원·주요 출혈)’의 발생률은 아스피린군 28.5%, 클로피도그렐군 25.4%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클로피도그렐군이 아스피린군 대비 전체 임상 사건의 발생 위험을 14% 유의하게 낮췄다. 또한 2차 평가 지표인 ‘혈전 재발률 및 출혈 발생률’에서도 클로피도그렐군이 더 낮았으며, 전체 사망률은 양 군 간에 차이가 없었다.

특히 위장 장애나 가벼운 출혈 등으로 약을 중단한 비율은 아스피린군에서 더 높았다. 이들을 제외하고 10년 내내 처방대로 약을 끝까지 잘 복용한 환자 4,179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토콜 준수군 분석(Per-protocol)에서는 클로피도그렐군이 아스피린군 대비 전체 임상 사건 발생 위험을 24%나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스피린 대신 클로피도그렐을 10년간 투여할 경우, 환자 17명당 1명꼴로 전체 임상 사건을 추가로 막을 수 있는 위험 감소 효과(NNT 17.3)를 뜻한다.

클로피도그렐군과 아스피린군의 1차 평가 지표(전체 임상 사건) 10년 누적 발생률 비교(프로토콜 준수군 분석기준)
클로피도그렐군과 아스피린군의 1차 평가 지표(전체 임상 사건) 10년 누적 발생률 비교(프로토콜 준수군 분석기준)


두 투여군 간 2차 평가 지표(혈전 재발, 출혈 발생, 전체 사망) 10년 누적 발생률 비교(프로토콜 준수군 분석 기준)
두 투여군 간 2차 평가 지표(혈전 재발, 출혈 발생, 전체 사망) 10년 누적 발생률 비교(프로토콜 준수군 분석 기준)


같은 분석 기준(프로토콜 준수군)으로 2차 평가 지표를 살펴보면 클로피도그렐군은 혈전 재발과 출혈 발생 위험을 각각 31%, 27%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의 전체 사망률은 두 투여군 간 차이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은 10년 장기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스텐트 시술 후 유지기 동안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을 대체할 새로운 치료제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 교수, 순환기내과 박경우·강지훈·양한모 교수,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준 교수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 교수, 순환기내과 박경우·강지훈·양한모 교수,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준 교수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스텐트 시술 환자가 평생 복용할 단일 항혈소판제의 우열을 10년간 비교한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배정 연구로, 앞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독보적인 임상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클로피도그렐이 전체 임상 사건은 물론 혈전 및 출혈 발생 위험까지 낮추며 아스피린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한 만큼, 조만간 세계 치료 지침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란셋, 2023년 서큘레이션에 이어 이번 10년 결과 역시 최고 권위지 란셋에 연이어 출판되며 독보적 근거를 완성했다”며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5,400여 명의 대규모 환자를 끝까지 추적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공동 연구진과 간호사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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